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종교개혁주간을 맞으며

회개

by 김경호 진실 2021. 10. 25. 09:49

본문

암울했던 중세의 교회에 영광된 빛의 서곡이 흘렀다.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이 붙어 나부끼는 소리였다. 이 작은 소리는 돌풍이 되어 본질을 잃어버린 중세교회를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그 토양 위에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는 복음이 뿌려졌다. 이 복음은 다시금 수많은 격랑을 거치며 오늘의 개혁파 교회들을 서게 했다.

그리고 개혁교회는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 자신을 깊이 부정하며 스스로를 겸비하게 한다. 삶의 자취들을 말씀의 거울에 비추어 돌아보며, 보정하고, 다시금 새롭게 한다(renewal). 그래서 개혁교회는 성경을 사수한다는 보수성을 지니지만, 새로운 삶을 추구하며 현실의 문제 앞에 늘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이다. 이 둘의 긴장 상태를 잘 유지할 때 개혁교회는 찬란한 영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지만, 둘 중 어딘가로 편중되면 몰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교단은 장로회주의를 표방하며 개혁신학을 견지한다. 그러나 일제 36년, 6·25전쟁,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신사참배라는 치명적 과오를 범하기도 했고, 공산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초창기에는 정권의 시녀가 되어 어용 신학에 함몰되기도 했다. 교단 내부적으로는 교권을 쟁취하기 위한 갈등과 투쟁이 끊어지지 않았다. 금권선거는 물론 온갖 불법과 부정이 용납되곤 했다. 개혁신학이 견지해야 하는 보수성은 실종되고 만 것이다.

그 뿐인가?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정죄하고 추방하는 일들도 서슴지 않았다. 개혁신학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시대적 문제를 성경적으로 극복하려는 몸부림을 이해하지 못했고, 개혁신학에 위반된다는 프레임을 씌워 중세 마녀사냥식 종교재판을 재현하기도 했다. 여전히 교단 내부에서는 “괘씸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죄”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개혁신학이 갖고 있는 겸손함과 진취성을 말살하는 일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세상이 악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교회가 세상의 소금으로서 지녀야 할 맛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세상의 악함을 아셨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고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셨다. 교회가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밟힌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짓밟히게 하신다는 뜻이다. 아마도 오늘의 교회들이 세상으로부터 짓밟히는 이유는 교회가 지녀야 할 개혁신학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끝까지 지켜야 할 보수성을 잃고, 세상을 변혁시켜야 할 진보성을 잃어버린 채, 아무 맛이 없는 소금과 같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혁교회에 개혁신학이 죽어 있으니, 그 교회가 세상을 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으며 지금 우리의 개혁신학을 근본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을 따지기에 앞서 개혁신학이 추구하는 근본의 원리인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고”(Soli Deo Gloria)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목회, 우리의 교단을 향한 섬김, 우리의 선교 이 모든 것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하나님이 아닌 우리 자신의 높아짐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해야 한다. 

신학하는 우리 자신이 전적으로 무능하고, 완전 부패했기에 누군가를 정죄해도 되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교권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으로 섬김의 도구가 되게 해야 한다.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들을 심지어 정적이라 할지라도 살리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동역자로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 부패하고 타락한 세상을 향해서 거룩한 빛을 비추며, 세상을 변혁시키는 개혁신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세계의 역사는 칼빈주의의 사상과 삶을 경외심으로 바라본다. 부패와 타락의 시대를 어떻게 변혁할 수 있었는지에 놀란다. 그것은 단지 교회 내부에서 이신칭의의 구원론만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영향력을 세상 속에 침투시킨 것이다. 성경을 본질로 하며, 그 앞에 겸비하며, 그 말씀과 삶을 결합한 것이다. 그렇게 교회는 변했고, 또 그 교회는 세상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꾸었다. 지금 우리에게 이와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신학을 외치지만 개혁적이지 못한 신앙과 삶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개혁신학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