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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쌓아올린 시간들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22. 12. 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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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녹동제일교회의 고 강채영 장로님이 배를 타고 거금도로 건너오셨다. 배에는 같은 교회 젊은 집사님들과 벽돌이 실려 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는 섬에서 벽돌을 쌓아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쌓은 벽이 쓰러지는 일도 있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건물을 다듬어 세웠다. 그렇게 40평짜리 예배당이 세워졌고, 월포교회 역사가 시작됐다.

건물을 세우는 일만큼 어려웠던 일은 전도하는 것이었다. 대개의 섬들이 그렇듯 거금도에도 조상숭배, 산신과 해신 숭배 등 무속신앙이 팽배했다. 특히나 월포마을은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지역이었다. 사실상 전도가 불가능해 보이는 영적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하나님께서 구원하기로 작정하신 사람들이 있었다. 월포마을에서 4km쯤 떨어진 곳에 복음의 씨앗 역할을 성도 한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를 통해 예수를 믿게 된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가 부임할 당시에는 11명의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중증의 정신질환자도 존재했고, 찬송가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애써 만든 예배주보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예배시간에 대표기도를 할 수 있는 집사는 고작 3명뿐이었다.

처음에는 설교시간에 사람들을 집중시키기도 어려웠다. 가능한 한 가장 쉬운 설교를 하려고 노력했다. 복음서를 중심으로 본문을 정하고, 지난주에 들려주었던 성경스토리를 대화형식으로 먼저 복습하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태로 설교를 진행했다. 어떻게든 말씀의 맥을 놓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정성을 쏟다보니 언제부턴가 교우들이 열심히 귀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아멘!” 소리도 커졌다. 찬송가도 같은 곡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 했더니 점점 익숙해져, 나중에는 예배당 밖까지 우렁찬 찬송소리가 퍼져나갔다.

헌금도 봉사도 아직 영적으로 미숙한 성도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했다. 어지간한 문제는 목회자 스스로 해결하고, 교우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특히 성도들이든, 마을주민이든 서로 다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행여나 작은 상처로라도 관계를 깨뜨려 복음의 문이 닫히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사실 나는 의견이 맞지 않으면 누구하고라도 논쟁하며,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성격이다. 그러나 월포교회 안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한 차례도 다툼이나 갈등 없이 목회를 할 수 있었다. 먼저 교우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그렇게 목회자를 바꾸셨고, 이를 통해 교회를 바꾸어 나가셨다.

 

 

강태봉 목사(거금도월포교회)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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