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에는 35개 마을에 20교회가 있다. 우리 교단 소속이 11교회로 가장 많다. 몇 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년성도 수 20명 내외 작은 교회들이어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컸다.
처음 거금도에 왔을 때 다른 교단 목사님들과는 가끔 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1996년에 교회 연합회를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곧 준비모임을 갖고 거금도기독교연합회를 창립했다. 가장 연세 많으신 목사님이 초대 회장을 맡고, 교단별로 역할을 나누어 조직을 구성했다. 아직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어서, 일일이 교회 전화로 연락해가며 모임을 이어갔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하니 교회들끼리 교류가 활발해졌다. 먼저 급하고 아쉬웠던 사업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바로 교회에서 장례를 치를 때마다 운구할 사람이 부족해 고생했던 일이었다.
이 부분은 전도에까지 걸림돌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 일단 어느 교회든 애사가 발생하면 목회자들이 인도하고, 운구위원도 맡기로 했다. 당시엔 장례식장도 없던 때라 시신의 입관절차까지 목사들이 담당했다. 이렇게 해서 가장 큰 고민이 해결될 수 있었다.
이후 섬 안에서는 목회자들 12명이 팀을 이루어 전통상여를 양쪽 어깨에 맨 채, 산으로 밭으로 운구하는 풍경이 종종 펼쳐졌다. 찬송을 부르거나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행진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날이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거금도 목회자들은 한결 같이 이 일에 동역했다.
주민들이 이 광경을 눈여겨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장례를 호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거금도 목회자들이 자신들 어깨로 헌신하며 공통의 문제를 함께 풀었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마다 훌륭한 강사를 초청해 연합복음화성회도 열고,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사업이나 관공서 위문행사를 함께했다. 부활절 새벽에는 면소재지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함께 예배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유자씨 화장품 한 세트씩을 참석자 전원에게 부활절 축하선물로 나누어주었다. 거금도 20교회의 연합 체육대회나 목사·장로 친목 나들이도 즐거운 교제가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거금도 인구는 1/3로 줄었다. 그런데 교회의 숫자나, 성도 수는 더 늘었다. 코로나19 폭풍도 잘 견디어냈다.
어려운 세월을 함께 버티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서로 도우며 같이 헌신하는 목회자들을 곁에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강태봉 목사(거금도월포교회)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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