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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12)-밑 빠진 독도 채울 수 있다

조병수박사

by 김경호 진실 2023. 3.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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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도 채울 수 있다 (딤전 1:13-14) 

조병수 교수

밑 빠진 독은 채울 수가 없는가? 사실상 이런 질문은 하나 마나한 것이다. 
밑 빠진 독에 한 바가지 물을 부으면 한 바가지 물이 쏟아져나가고, 두 양동
이 물을 부으면 두 양동이 물이 쏟아져버린다는 사실쯤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일에 누군가가 밑 빠진 항
아리를 채우기 위해서 하루 종일 물지게를 지고 물통을 나른다면 그를 보고 
하품을 금치 못할 것이다. 밑 빠진 독은 채울 수가 없다. 그것은 아무 짝에
도 쓸모 없이 괜히 자리만 차지하는 거추장스런 폐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밑 빠진 독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 모습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내가 전에는 훼방자요 핍박자요 폭행자였으나” 
(13). 사도 바울은 회심 전에 유익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은 물론이고, 
있으나 마나한 그런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회심 전의 사도 바울은 엄청나
게 
손해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열거한 세 단어 훼방자, 핍박자, 폭행자는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가 조금
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한 가지 지니고 있다.

그것은 어떤 대상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
의 교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고전 15:8-9; 빌 3:6). 회심 전에 그
는 하나님의 교회 편에서 보면 플러스가 아닌 것은 분명하고 제로를 넘어서 
마이너스가 된 사람이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마이너스의 인간이 된 까닭
은 무지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고” (13). 비록 그가 여기에서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알지 못했던 것은 하나님
이 구속을 위하여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으셨다는 것,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
가에 달려 죽으심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셨다는 것, 교회는 예수 그리스
도의 구속 실현으로 말미암아 건설된 공동체라는 것, 이런 등등이었음을 의심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도 바울의 무지는 불신에서 기인
한 것이다. “내가 믿지 아니할 때에” (13).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불신은 무지
의 바탕이었다. 그의 무지는 단순히 지적 
능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도 바울 만큼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얼마나 있겠는가.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해서 지난 이천
년 동안 각 시대마다 천재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글을 하나님의 계시로 믿
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연구한 것만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불신으로 말미암아 무지한 자가 되고 말았다. 불신이 무
지를 잉태하고, 무지가 해악을 출산한다. 불신 때문에 무지하고, 무지 때문
에 해악이 되었던 사도 바울은 밑 빠진 독과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밑 빠진 독과 같은 사도 바울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긍휼을 베푸셨
다. “도리어 긍휼을 입은 것은” (13). 이 긍휼은 전적으로 밖에서 온 것이
다. 사도 바울은 단지 수동적인 입장에 서 있었을 뿐이다. 불신과 무지와 해
악으로 말미암아 밑 빠진 독 같은 폐물이 되어버린 그가 무슨 능동적인 일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오직 깨뜨려 내버려지는 것만이 유일한 운명인 이런 쓰
레기 같은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임했다. “우리 주의 은혜가” 
(14).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는 (사 42:3) 
은혜가 임한 것이다. 게다가 그 은혜는 신뢰와 사랑으로 장식되어 있었
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14). 주님의 신뢰와 사
랑과 은혜가 바울의 불신과 무지와 해악을 이겼다. 주님께서는 바울의 불신
을 믿음으로, 바울의 무지를 은혜로, 바울의 증오를 사랑으로 이기셨다. 

신뢰와 사랑으로 무장한 주님의 은혜는 밑 빠진 독 같은 사도 바울을 잠기게 
하고도 모든 시간과 공간에 넘칠 정도로 큰 것이었다. “넘치도록 풍성하였도
다” (14). 우리 밖에서 오는 은혜의 규모는 세상의 모든 바다를 합한 것보다
도 크다. 사도 바울은 이 은혜의 바다에서 넘치도록 풍성한 은혜로 채워졌
다. 

그렇다. 밑 빠진 독도 넘치도록 가득 채울 수가 있다. 바다 속에 던져진다면!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12)-밑 빠진 독도 채울 수 있다 | 기독교개혁신보 (re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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