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님의 아름다운 은퇴 준비
김찬성 목사(경남노회 서기, 주뜻교회)
경남 통영시 도산면에 있는 도산제일교회는 여느 농어촌교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2023년 12월 21일 김용진 목사님의 은퇴 및 원로목사 추대 감사예배는 너무나 감사가 넘치고 모범이 되는 예배가 될 것입니다.
도산제일교회는 조금 늦은 나이인 40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93년 합신 17회로 입학하여 1995년 12월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던 김용진 목사님이 사모님,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연고도 없던 통영에 개척한 교회입니다. 당시 합신 17회 동기들이 통영지역에 내려와 각각 개척하였는데, 이와 더불어 시작한 것입니다. 그저 네 식구가 굶지 않고 먹고만 살게 해주신다면 열심히 전도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20평 정도 되는 가정집에서 의자나 마이크도 없이 강대상과 피아노와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때로는 비교 의식으로 무기력감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성도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가 이제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김용진 목사님은 지난 28년의 목회를 돌아보면서 함께 고락을 같이한 성도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함께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주신 여러 교회와 성도님들이 있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개척 초기에는 호산나교회 대학부, 이후에는 온누리교회 청소년선교부, POINT5 공동체를 통하여 여름성경학교와 전도, 봉사활동, 마을잔치와 영어캠프 등을 해서 이 지역에서 자란 청소년들 거의 모두가 교회를 와보았습니다. 물론 농어촌교회로서의 어려움은 늘 있습니다. 교회는 좀처럼 부흥되지 못하고, 적은 교인 수에 일꾼이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김용진 목사님이 은퇴하고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교회 개척 초기에는 은퇴 준비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그만한 능력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99년 총회 차원에서 목회자 은퇴 준비를 위한 은급제도를 시행하게 되었고, 마침 잘 아시는 목사님의 후원으로 연금보험에 가입하였습니다. 후에 몇 번에 걸친 총회의 은급제도에 함께 참여하면서 힘든 가운데에도 은퇴를 조금씩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서도 재정적인 어려움은 늘 있었지만 조금씩 준비하였습니다. 물론 은퇴만 준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교회 차량을 위하여 매월 적금을 통하여 마련하거나, 성탄절을 맞이하여 학교나 관공서, 마을 노인정 여러 곳에 밀감 선물을 돌리는 일들도 각각의 행사를 위해 해마다 적금을 활용하여 미리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준비가 모여 이번에 김용진 목사님의 은퇴를 앞두면서 교회가 목돈을 준비하지 않고서도 목회의 마무리를 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적립된 은퇴연금보험의 원금으로 목사님의 퇴직금을, 오랜 기간 적립된 적금과 예금으로 은퇴 후 목사님의 거처를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되었습니다. 또한 교회는 이후에 오실 목사님과 교회를 위한 재정도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은퇴의 과정에서 교회와 노회의 협력도 매우 빛을 발휘했습니다. 김용진 목사님이 오랜 기간 착실히 준비하시고, 올 4월 노회에 본인의 은퇴와 후임 목사 청빙을 위한 ‘도산제일교회 은퇴 준비위원회’를 노회에 요청하였습니다. 노회는 청원을 받고, 노회장과 서기, 회계, 정치부장, 시찰장이 교회를 살피고 김용진 목사님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 준비하도록 도왔습니다. 위원회는 교회의 형편을 교회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공동의회를 주관하였고, 후임으로 안규범 목사(합신 36회)를 청빙하는 절차도 진행하였습니다. 안규범 목사님의 첫 설교는 ‘선보는 것’이 아닌 ‘인사’로서 청빙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절차였습니다. 작은 농어촌교회의 목회자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노회와 함께 모든 과정을 잘 마쳤습니다.
김용진 목사님은 은퇴하면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말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교회가 크든지 작든지, 농어촌교회든지 미자립교회든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목사라는 귀한 사명을 주셨다는 거룩한 자존심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나와 같은 자도 지극히 사랑하신다는 자존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성공도 좋지만, 어려워도 끝까지 버티고 견뎌내는 목회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은퇴 준비는 실제적인 것입니다. 여유가 없을수록 현재의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은혜 가운데 현재의 사역도, 은퇴를 위한 준비도 잘 이루어 가시기를” 당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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