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사람은 본대로 산다. 그래서 옛 어른들의 가장 큰 욕 가운데 하나가 “본데 없이 자랐다”는 말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말이 무섭다. 그런데 볼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제라도 보아야 할 것, 배워야 할 좋은 것을 더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 보고 배울 사람을 찾아야 한다.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또 다른 학습이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기록돼 있다는 공자의 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라는 말은 알지만, 정작 배우려는 의지가 없고, 구체적으로 배운 것이 없다면 이 말을 안들 무슨 소용인가.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없으면 주어진 가정 환경에서 타고난 성향만 따라 살아가게 된다. 이런 사람은 매사에 객관적이지 않은 자기 경험에 근거한 인식이 모든 일의 기준과 척도가 된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 틀이 없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자기 틀만 고집하는 사람은 더 큰 문제이다. 주관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고, 자기 고집만 있는 사람은 답답하다. 아무리 경험 많고 학식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더 깊은 인격으로 성장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 하나 돌아보는 자기계발에서도 그러한데 상호 관계성에 있어서는 훈련은 더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관계성에서 훈련된 모습마저도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일생을 두고 처음 겪는 일 투성이다. 사람들을 만날수록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만남도 허다하다. 이럴 때 남을 고칠 수는 없으니 내 행복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마음가짐과 대응은 필수적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고질병은 자신을 죽을 죄인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담학자 정정숙 박사는 상담 상황에서 내담자의 변화의 과정, 신학적으로는 성화의 과정을 “새사람–새습관-새 열매”라고 정리하였다. 성화란 영적 거듭남 이후에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죄에 속한 옛 습관을 벗어가면서 하나님 나라 백성의 거듭난 삶의 습관을 입어가는 가운데 성령의 열매를 맺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체화시키는 것이 제자화이다. 옛 사람을 벗어버리는 ‘벗음’(De-habituation)과 새 사람을 입는 ‘입음’(Re-habituation)의 과정 속에서 이전에 없던 ‘의와 성령의 열매’가 나타난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풍성한 생명의 삶이다. 성화이다.
그런데 습성이나 습관이란 것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결과로써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쁜 습관을 바꾸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든다. 인격의 성장만큼 더딘 성장이 또 있을까! 김혜남이라는 정신분석 전문의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행복은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나친 이상화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그래야 서로 감싸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길 위의 사람이다. 새해를 시작한 이 시점에 신학적 지식으로만 논할 것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성화를 위한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그리스도인들 특히나 목사와 장로라면 입에 달고 사는 성화라는 주제를 일반인의 언어를 통해 들어보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의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목적은 바로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데 있다” 같은 저자의 글이다. 새해에는 나이만 먹지 말고 진짜 어른으로 자라가고 싶다.
정명호 목사(혜성교회)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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