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존재감은 없지만 삶은 행복해> 저자들은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남미에 있는 네 명이다. 그래서 온라인으로라도 함께 만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제일 어려워, 알바니아는 오후 1시, 캄보디아는 오후 6시, 에콰도르는 오전 6시에 맞췄다고 한다.
각자 1주일에 한 편씩 글을 써서 카페에 올리면, 서로 격려하면서 느낀 점과 좋은 점, 수정할 점 등을 나누는 방식으로 모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ZOOM에서 서로의 삶과 함께 생각과 깨달음, 질문 등을 나눴다.
박혜정 선교사는 “글을 쓰면서 더 깊은 나눔을 경험했고, 각자 삶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얻기도 했다”며 “글쓰기 모임을 통해 힘을 받고 내면이 채워지니 사역지에서의 삶이 한결 부드럽고 행복하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이들이 펴낸 책은 ‘뻔한 선교사의 사역 보고 글이 아니라서 신선하다’, ‘선교사가 슈퍼맨이 아니라, 믿음의 길을 함께 걷는 인생의 동반자로 느껴진다’ 등의 호평을 얻고 있다. 다음은 두 편으로 나눠 소개되는 예준성 선교사의 이야기.
비록 존재감은 없지만 삶은 행복해
박혜정·유남숙·예준성·황미 | 글과길 | 283쪽 | 17,000원
준비 어느 정도 됐으니 이양
선교, 끝 염두하고 사역해야
어려움도 겪으면서 성숙해져
-요즘 선교계 주요 이슈 중 하나가 ‘현지인 이양’인데, 50대 초반의 빠른 시기에 결정하셨네요.
“개척을 시작한 때부터 이양을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을 염두에 둔 선교였어요. 처음엔 10년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팬데믹도 있었고 제가 내려놓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5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건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순조로웠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교회에 있을수록 이양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 완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준비가 되고 어느 정도 교감이 있을 때 이양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어려움도 지나봐야 성숙한 교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에콰도르에 머물 때는 매달 한 번 정도 설교를 도우러 갈 생각이고, 성도들보다는 교회 리더십들을 격려하면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필요하면 코칭을 해 주는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이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선교훈련원(GMTC)에서 훈련받으면서 배운 것이 ‘끝을 염두에 두고 사역을 하라’입니다. 마지막을 생각하면, 선교할 때 방향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도착 지점을 생각하면, 거기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최단거리의 직선으로 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죠. 이걸 굉장히 중요한 철학으로 배웠고,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선교사도 평소엔 평범한 생활
선교지에 대한 환상 줄여줘야
한국교회 일상이 선교지 일상
-바쁜 선교 가운데 글을 쓰기 시작하셨죠.
“선교부에 개발연구원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거기서 글쓰기나 미술, 선교신학 등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팀장들을 세워서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소년 시절부터 글쓰기에 대한 낭만을 갖고 있어 참여하게 됐습니다(웃음).
글쓰기는 박혜정 선교사님이 팀장이셨는데, 글을 어떻게 쓰는지 6개월간 가르쳐 주신 다음 6개월간 주제에 따라 글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글들을 조금 다듬어서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굉장히 솔직하게 쓰려고 했고, 어린 시절 유치한 이야기까지 제 생각과 삶을 개인적으로 나누는 글들입니다.
교회나 성도님들은 ‘선교’ 하면 항상 ‘우상향, 발전, 부흥’ 등을 생각하시죠. 그게 맞지만, 선교사들도 개인적 생활은 분명히 있잖아요. 선교사도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면서 사역을 하고, 삶의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교회가 가진 선교에 대한 생각과, 실제로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선교에 대한 생각 사이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이런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나 성도들이 선교와 선교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시나요.
“선교사가 되기 전, 20대 후반에 필리핀 단기선교를 갔어요. 현지 선교사님이 저희 팀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 주셨는데, 이동일 빼고 한 10일 동안 매일매일 많은 아이들이 교회에 모여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들을 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선교지에 가 보면 늘 그렇지는 않거든요. 한국교회에서도 24시간 아이들이 교회에 머물면서 기도하진 않는 것처럼, 선교지 교회도 평범한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함께하고 있죠.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평일에도 모이지만, 보통은 주일에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리죠.
그러니까 한국교회의 일상이 선교지 교회에서의 일상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단기 선교에 가서 너무 많은 은혜를 받고 오시다 보니, 선교지 교회는 항상 그렇고 선교지 아이들은 항상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선교지가 모두 그렇지는 않고, 평범함 속에서 선교지 교회들도 성장하고 믿음도 자라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좋게 생각했던 리더들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어려운 일도 생기죠.
하지만 선교사들은 늘 후원 교회나 한국 성도들에게 좋은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실제보다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하죠. 그런 모습도 나쁘진 않지만, 그런 부분들이 모이다 보면 한국교회가 선교에 대해 너무 이상적 이미지만 가질 수 있고, 그러면 선교지 실제 모습과는 갈수록 괴리감이 커지게 되겠죠. 저는 선교사로서 둘 사이의 간극을 조금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와 성도님들과도 조금 더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30년 전 이상적 모습 기억
선교지도 한국처럼 변하는 중
선교지 개척, 갈수록 어려워져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선교지 교회도 한국교회처럼 성도들이 줄 때도 있고 늘 때도 있겠죠. 생각보다 성도들이 없을 때도 있어요. 에콰도르도 저희 가정이 처음 왔을 때는 토요일에 길거리에서 사탕만 나눠줘도 다음날 아이들이 다 교회에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단 길거리에 아이들이 없어요. 납치 문제도 있고, IT 문화가 발전해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죠. 부모들도 아이들을 쉽게 교회에 보내지 않아요.
이런 환경이 되니 전도는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한국교회는 20-30년 전 이상적이던 선교지 모습을 오늘날에도 떠올리고 있을 수 있어요. 선교지도 한국처럼 변하고 있고, 이런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도 사람이니까 사람에 대한 이해나 선교지 상황에 대한 이해를 염두에 두고, 조금씩 간극을 줄여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노력이 전혀 없으면, 어느 순간 ‘선교지를 갔는데 여기는 왜 이래? 이 선교사님은 왜 이래? 교회는 또 왜 이래? 노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열심히 사역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변해가는 상황들도 있다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처럼 선교지도 어려워지고 있는데, 대안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조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 놓은 교회가 있지 않는 이상 선교사님들이 현지에서 교회를 개척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이제 대부분 나라들에 현지 교단과 신학교, 지역 교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역 교회 개척은 그분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 선교사님들이 총 2만 명 정도 되는데, 이제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역들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관적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과거를 성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대비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선교사님 글 중에 애착이 간다거나 추천하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보다 즐겁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한 모든 분들이 선교사라는 삶의 테두리가 있지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려운 이야기들까지 굉장히 솔직하게 쓰셨어요.
책을 통해 선교사들의 삶과 내면을 좀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역으로 선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들도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구나 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 중에선 ‘거리: 불편함의 또 다른 표현’을 좋아해요. ‘1973년생: 우리는 친구라 부른다’는 교회를 다니든 아니든 50대를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쓴 글이에요. 믿지 않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약간 유치하다 싶은 생각까지 담아서 썼습니다.”
-책에 담긴 다른 세 분의 선교사님 글도 소개해 주세요.
“황미 선교사님은 재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셨고, 유남숙 선교사님은 선교지에서 겪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윤남수 선교사님은 선교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박혜정 선교사님도 가정을 배경으로 쓰면서 여러 단어들에서 의미를 찾는 글쓰기를 하셨습니다.”
대표 저자인 박혜정 선교사는 “책 제목은 출판사 대표 김도인 목사님께서 잡아주셨다. 글을 읽고, 저희가 세상적으로 내세울 것은 하나도 없지만 하나님만 바라보고 사는 삶이 행복해 보였다고 하신다. 많은 분들이 책 제목이 자신들의 고백이라고 하신다”며 “제목만으로도 각자 드러나지 않게 믿음을 지키며 성실히 살고 계시는 분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제목 덕분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좋은 제목을 지어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GMP 글쓰는 사람들’은 ‘본캐 선교사, 부캐 글쓰는 사람들’로서 계속해서 사역과 글쓰기의 접목을 시도할 예정이다. 책으로, 글로 하나님의 사랑과 일하심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각오.
박 선교사는 “한 권의 책이 훌륭한 선교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진실된 글을 쓰려면,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한다”며 “에세이뿐 아니라 주제 있는 책을 쓸 것이다. 선교지 문화와 사회현상을 선교사의 경험과 접목시킨 에세이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교와 선교사,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 선교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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