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 4장
에덴동산의 회복을 구현하는 혼인제도
송영찬 목사,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하나님께서 가정을 세우실 때에는 사람이 범죄하기 이전의 일로 창조의 질서에 속하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창조의 목적을 완수하는 데 있어서 아주 유효한 효과를 바라셔서 제정하신 제도이다. 이 가정을 세워 나가는데 있어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유효한 제도가 ‘혼인’이다.
이 혼인제도는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아담)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8)는 말씀 속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남자를 돕기 위하여 여자를 지으시고, 두 사람이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룸으로써(창 2:24),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바라셨던 창조의 완성을 이루어 나가도록 하는 데 있어서 유효한 방편이 ‘혼인’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혼인제도를 통하여 한 몸이 된 아담과 하와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셨다. 때문에 가정은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고 완수함에 있어서 가장 유효하고 고상한 제도이다.
뿐만 아니라 혼인제도는 인류를 발생시키고 확장시키는 유효한 방법으로써 매우 효과적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에 신성하게 여겨져야 한다. 이처럼 혼인은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고 확장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이 제도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하와는 그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룰 뿐 아니라 나아가 그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그들이 국가이며 동시에 교회였다. 그러므로 아담 혼자로서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담과 하와가 둘이 한 사회를 형성하고 그것이 국가로서 그리고 교회로서 형태(form)를 갖추어야만 그 속에서 각각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형성하는 데에서 온전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혼인제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는 원리이다.
또한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며 돌보아줌으로써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이 세상에 내신 창조의 목적을 이루어 나가야 했다. 그리고 그 사명을 이루어 가는데 있어서 가장 자연스런 관계가 부부라는 점에서 혼인제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루시고자 하신 의도가 얼마나 고상하고 원대한 것인지 우리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혼인은 아무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내신 목적에 부합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와 그에 따른 준비와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춘 후에 그 목적에 함께 동참하고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상대자와 혼인해야 그 정신에 알맞은 것이다. 그러한 인식을 갖추지 않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적당히 혼인하는 것은 하나님이 내신 혼인의 정신에도 위배될 뿐이다. 또한 자기 인생 자체의 의미까지도 상실시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여야 한다.
이 혼인제도를 더 확장해 나가면 교회의 제도와 직결된다. 교회라 할 때는 에덴동산에서 시작하여 전 역사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한다. 최초의 혼인제도는 이런 점에서 교회를 탄생시키는 원세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혼인제도를 통하여 생산된 인류를 그 회원으로 가진다.
따라서 혼인제도를 통하여 인류가 발생하고, 이 인류는 사회를 형성하며, 이 사회가 조직화되어 국가를 세우게 되고, 시간이 진행함에 따라 역사가 진전되면서 창조 이래로 지금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택함받은 모든 성도들로 구성된 교회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교회는 전 시간적인 존재 의미를 가지는 특수한 사회이자 국가로서 창조 이후부터 세상이 끝나는 시간까지 존재한다. 우리는 이 교회를 유일한 구원의 기관으로서 ‘무형교회’라고 한다. 이러한 정신 가운데 아가서는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이 마침내 혼인식을 통해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묘사해 나가고 있다.
1장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남녀의 인격적인 사랑을 다루고, 2장에서는 솔로몬을 사랑하는 확신 속에서 승화된 사랑의 즐거움을 노래하며, 3장에서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 넘은 솔로몬의 청혼을 받아들임으로써 마침내 혼인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아가서는 이제 혼인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보장된 부부 관계의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혼인의 신비함과 신성함을 합창단이 아닌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사랑하는 부부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여과 없이 표출되며 4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① 솔로몬의 노래(아 4:1-5) : 혼인식장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나아가자 신랑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섬세한 비유로써 찬미한다.
② 술람미 여인의 답가(아 4:6) : 신랑의 찬미에 대해 신부는 신랑을 맞이하겠다는 소박한 심정을 밝힘으로써 응답한다.
③ 솔로몬의 노래(아 4:8-15) : 앞서 신부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신랑은 이제 신부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비유로써 찬미한다.
④ 술람미 여인의 응답(아 4:16) : 신부는 어린아이 같은 순결성으로 신랑을 맞이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신랑에 맡기겠다는 서약으로 응답한다.
이어서 ⑤ 사랑으로 자신을 맞이하겠다는 신부를 진정으로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신랑의 선언(아 5:1a)과 ⑥ 혼인식의 끝을 알리는 신랑과 신부에 대한 축하(아 5:1b)의 합창으로 혼인식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지금까지 아가서는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이 서로의 사랑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 감정이 깊어감에 따라 부부로서 합일을 갈망하게 되었고 합법적으로 혼인을 통해 부부가 되기까지 서로에 대한 순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가서는 솔로몬을 높이고 그리워하는 술람미 여인의 노래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외설을 피하는 대신에 시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그들 사이에 교감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기다리던 혼인식을 마치고 부부가 됨으로써 이제 아가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아가서는 그동안 절제해 왔던 그들 사이에 숙성된 사랑의 감정을 이제부터 활짝 피워내기 위해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 술람미 여인이 그에 대한 답가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 신부의 아름다움에 대한 솔로몬의 노래(아 4:1-5)
4:1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산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4:2 네 이는 목욕장에서 나온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각각 쌍태를 낳은 양 같구나
4:3 네 입술은 홍색 실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 쪽 같구나
4:4 네 목은 군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일천 방패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4:5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노루 새끼 같구나
(필자역)
솔로몬의 노래(독창, 신부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
너, 아름다운 내 사랑아, 너는 아름답고 어여쁘구나.
네 너울 뒤에서 네 눈은 비둘기요
네 머리채는 길르앗산에서 뛰어 내려오는 염소 떼 같구나.
네 이는 씻는 곳에서 올라온 털 깎인 양떼 같으니
모두가 쌍둥이를 낳아 새끼 없는 것이 없구나.
네 입술은 주홍색 실같고
네 말은 어여쁘고
네 뺨은 네 너울 뒤에서 석류 조각 같구나.
다윗의 망대처럼 네 목은 잘 지어졌으며
방패 천 개가 걸려 있으니
모든 용사들의 방패가 걸려 있구나.
네 두 가슴은 백합화들 사이에서 풀을 뜯는
어린 두 마리 암노루 쌍둥이 같도다.
솔로몬은 구체적으로 신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7가지의 신체 부위를 열거하고 있다.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산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네 이는 목욕장에서 나온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각각 쌍태를 낳은 양 같구나 네 입술은 홍색 실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 쪽 같구나 네 목은 군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일천 방패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노루 새끼 같구나”(아 4:1-5).
이 노래에서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의 눈은 비둘기로, 머리털은 길르앗산 염소로, 치아는 쌍태 낳은 암양으로, 입과 입술은 홍색실의 어여쁨으로, 뺨은 석류로, 목은 다윗의 망대로, 가슴은 쌍태 노루새끼로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개념으로 지금도 중동지방에서는 혼인식에서 이와 유사한 노래인 와스프(Wasf : 사랑하는 이에 대한 찬미의 노래)로 신부를 칭송하고 있다.
① 솔로몬이 바라보고 있는 신부의 눈은 낭떠러지 바위틈에 숨어있는 비둘기처럼 가려진 너울 뒤에서 반짝이는 거울과 같이 빛나고 있다. 당시에 여자들은 평소에는 너울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약혼식(창 24:65)이나 혼인식(창 29:23-25)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 너울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표현은 너울 뒤에 가려져 있는 여인의 빛나는 눈동자가 솔로몬으로 하여금 눈이 부시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② 검고 꼬부라진 그녀의 머리털은 산기슭을 뛰어 내려가는 흑염소 떼를 상기시키며 그녀의 빛나는 검은 머리털이 어깨를 거쳐 등 뒤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석양이 빛나는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오는 염소들의 검은 털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움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긴 머리털은 여인의 상징이며 헌신 또는 권위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였다(민 6:5; 고전 11:2-16).
③ 그녀의 치아는 방금 목욕하고 나온 털 깎인 양과 같이 하얗고 상태처럼 양쪽 치아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신부의 환한 웃음이 그녀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표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목가적인 표현은 목욕장에서 나와서 뛰어 놀고 있는 건강한 양들의 활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목축에 익숙한 목동들에게는 쉽게 다가서는 이야기이다.
④ 홍색실 같은 입술이라는 표현은 입술의 색깔이 아름다운 진홍색이라는 의미로 젊고 혈색이 좋음을 암시한다. 여기 사용된 ‘홍색실’은 라합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기의 집을 알리는 ‘붉은 줄’(수 2:18)을 가리키는 단어로도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붉은 여자의 입술은 사랑하는 남자를 초대하는 여성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으로부터 사랑의 초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입이 어여쁘다는 표현은 앞에 등장하는 입술과 짝을 이루고 있는데 언어의 기관으로서 ‘입’(רבדמ)은 여기에서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씨를 가리키고 있다. 또한 ‘어여쁘다’(הואנ)는 단어 역시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청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아 2:14)에서 남자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술람미 여인의 젊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같이 그녀의 말씨 또한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⑤ 쪼개놓은 석류처럼 맑은 홍옥의 색조를 띄고 있다는 뺨에 대한 묘사는 그녀의 얼굴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고 있다. 본문의 ‘뺨’(הקר)이라는 단어가 다른 곳에서는 얼굴의 관자놀이를 지칭하고 있는데(삿 4:21-22; 5:26) 여기에서는 좀더 넓은 영역인 얼굴 옆면인 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너울 너머로 보이는 술람미 여인의 볼 부분이 쪼개진 석류의 내부처럼 핑크빛의 홍조를 띄고 있다는 표현으로 그녀가 젊음의 상징인 홍조를 띄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석류가 여성의 달콤함과 관능적인 모습을 상징한다는 의미의 해석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 뿐이다.
⑥ 술람미 여인의 목을 묘사하고 있는 다윗의 망대는 왕궁 내에 있는 탑(느 3:25)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언어유희가 등장하는데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가리켜 ‘나의 사랑하는 이’라는 의미의 ‘또띠’(ידוד)로 호칭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솔로몬이 이를 상기시키면서 ‘또띠’와 철자가 비슷한 다윗의 이름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윗은 히브리어로 ‘따윋’(דיוד)인데 솔로몬은 술람미를 ‘따윋’의 탑으로 묘사함으로써 술람미와의 관계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 탑의 모티프는 “나는 성벽이요 나의 유방은 망대 같으니 그러므로 나는 그의 보기에 화평을 얻은 자 같구나”(아 8:10)는 술람미의 노래에서 또 한번 등장한다.
이 탑은 다윗이 군사적 목적을 위해 건립하여 사용하였거나 혹은 솔로몬에 의해 건축되어서 다윗의 이름이 붙여졌을 가능성도 높다. 이 망대에 방패를 걸어두는 풍습은 왕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용사들의 상징이었다(겔 27:10-11).
이러한 인상적인 모습은 솔로몬이 그녀의 자태를 더욱 돋보이도록 함으로써 최고의 자리에 어울리는 기품을 지니고 있음을 칭찬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망대가 난공불락의 요새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범접할 수 없는 술람미 여인의 용모를 강조하고 있다.
⑦ 그녀의 가슴을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두 마리의 쌍둥이 어린 노루로 묘사하고 있는 부드러운 모습은 앞 절의 강력한 군사적 이미지와 뚜렷한 대조를 보임으로써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백합화(םינשׁושׁ)가 수련꽃(water lily)을 의미한다면 이 모습은 수련화가 피어있는 연못 사이에서 꼴을 먹고 있는 어린 쌍둥이 노루들의 쾌활함과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피어오르게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술람미 여인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하는 솔로몬의 노래는 특별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은 쉽게 이해될 만한 표현들이다.
2. 술람미 여인의 답가(아 4:6)
4:6 날이 기울고 그림자가 갈 때에 내가 몰약 산과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가리라
(필자역)
술람미 여인의 노래(독창, 신랑의 호의에 대한 답가)
날이 기울고 그림자가 갈 때에
내가 그 모르 산과 유향 언덕으로 가리이다.
대다수 학자들은 6절의 화자를 솔로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솔로몬은 몰약의 산과 유향의 언덕으로 술람미 여인의 매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또는 1-5절과는 달리 꽃들이 피어있는 높은 언덕에서 이 장면이 연출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인식을 마친 신랑과 신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밤중에 언덕으로 이동할 이유가 분명치 않다. 오히려 1-5절에서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한 솔로몬의 찬미에 대한 술람미 여인의 답가로 보는 것이 문맥의 흐름에 훨씬 자연스럽다.
여기에서 술람미 여인이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모르 산과 유향의 언덕으로 가리라”(아 4:6)고 답하는 내용은 앞에서 등장한 술람미 여인의 노래인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 그가 백합화 가운데에서 양떼를 먹이는구나 내 사랑하는 자야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돌아와서 베데르 산의 노루와 어린 사슴 같을지라”(아 2:16-17)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가서 2장 17절에서 술람미 여인은 솔로몬에게 밤이 되어서 아침이 될 때까지 자신의 품안에서 평안을 누리라고 초청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본문 역시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모르 산과 유향의 언덕으로 초청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그 모르 산과 유향의 언덕’은 당연히 술람미 여인 자신의 가슴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언어유희가 등장하는데 본문의 ‘모르(רימ) 산’은 값비싼 향료인 ‘모르’(רמ)라고 발음하는 몰약을 상징하는 동음이어(同音異語)로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몰약 향주머니로 비유(아 1:13)한 내용을 돌아보게 한다.
즉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 품 가운데 몰약 향주머니요”(아 1:13)에서 보았던 것처럼 이미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가리켜 자기 가슴에 있는 몰약(רמ) 향주머니라고 지칭한 것을 기억하게 하면서 이제 솔로몬을 그곳으로 초청함에 있어 그곳에서 매우 신비한 어떤 것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예부터 여인들은 향내 나는 몰약이나 유황과 같이 값비싼 향품들을 작은 주머니에 담아 가슴에 차고 다니는 관습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에서 술람미 여인은 기꺼이 솔로몬을 향해 자기의 가슴을 열어줄 것이라고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의 답변은 혼인식을 마친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 사이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오히려 아가서 전체에서 흐르고 있는 주제인 ‘혼인을 통한 남녀의 합일’에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술람미 여인의 답변은 이어 등장하는 솔로몬의 또 다른 노래의 동인이 되고 있다.
3. 신부의 존재 가치에 대한 솔로몬의 노래(아 4:7-15)
1) 흠 없는 신부(아 4:7-8)
4:7 나의 사랑 너는 순전히 어여뻐서 아무 흠이 없구나
4:8 나의 신부야 너는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 아마나와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 굴과 표범 산에서 내려다보아라
(필자역)
솔로몬의 노래(독창, 신부에 대한 노래 1)
내 사랑아, 너는 모든 것이 아름다우니 네게는 흠이 없구나.
나의 신부야, 레바논에서 나와 함께 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꾸나.
아마나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라.
스닐과 헤르몬의 꼭대기에서도,
사자 굴들과 표범들의 산들에서도.
앞서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에 대한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과 같이(아 4:1-5) 이제는 술람미 여인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 노래의 배경에는 앞 절에서 술람미 여인이 기꺼이 솔로몬과 합일을 이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에 솔로몬은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아 4:7) 하고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솔로몬이 바라보고 느끼고 있는 술람미 여인은 외면과 내면 모두가 아름답기만 하다. 술람미 여인에게서 아무 흠도 찾을 수 없다는 표현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처음 창조되었을 때, 곧 타락 전의 상태에서나 볼 수 있는 순결한 상태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솔로몬이 바라보는 신부의 신체 각 부위에 대한 묘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 중 피조물인 하나님의 형상인 여자에 대한 묘사임을 알 수 있다. 죄가 들어오기 전의 상태에서 아담이 하와의 신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육욕과 탐욕의 정서가 아니라 기쁨과 감사와 찬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솔로몬은 다메섹 지역의 아름다운 곳들을 언급하며 그곳, 즉 새로운 의미의 에덴동산에서 두 사람이 함께 사랑을 나누자고 말한다. “내 신부야 너는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 아마나와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 굴과 표범 산에서 내려오너라”(아 4:8).
여기에서 레바논의 백향목 숲(왕상 4:33), 아마나의 깨끗한 물(왕하 5:12), 스닐의 잣나무 숲(겔 27:5), 헤르몬 산의 이슬과 눈(시 133:3) 등은 흠 없고 완전한 곳을 상징한다. ‘아마나의 꼭대기’와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라는 표현은 솔로몬 통치의 전성기에 있어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지역’인데 그 지역인 아마나, 스닐, 헤르몬의 꼭대기라는 표현은 꼭대기 중의 꼭대기로 ‘가장 높은 꼭대기’를 의미한다.
히브리어 꼭대기(שׁאר )라는 말은 ‘가장 좋은 것, 시작, 근원’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솔로몬 표현하는 것은 신부의 ‘순전하고 흠 없는 상태’와 다른 피조물의 ‘가장 좋은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것으로, 이 상태는 의심할 것 없이 처음 에덴동산의 상태임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사자들의 굴’과 ‘표범들의 산’에서 시작하자는 표현은 사자와 표범의 사나움이 발휘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시작을 말하는데 이것은 이사야 11장 6-9절의 표현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사 11:6-9).
이러한 표현들은 죄가 들어오기 전의 상태인 ‘에덴동산의 모티프’를 표현해주고 있다. 나아가 이 에덴동산의 모티프는 16절의 ‘그의 동산’에서 그리고 5장 1절의 ‘나의 동산’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곳으로부터 함께 하고 그곳에서 시작하자(가자)는 것은 혼인을 통하여 펼쳐지게 될 새로운 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솔로몬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곧 그것은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아 8:6)고 웅변함으로써 사랑이야말로 죄로 인한 죽음의 파괴적인 영향력보다 강력한 건설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아가서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이후 등장하는 술람미 여인에 대한 솔로몬의 찬가(아 4:9-15)는 마치 아담이 하와에게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 하니라”(창 2:23)는 의미의 맥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때문에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향하여 ‘나의 신부야’(아 4:8)라고 부르고 있듯이 이제부터 계속해서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아 4:9, 10, 11, 12; 5:1)라고 부르고 있다.
확실히 신부(הלכ)는 혼인식이 끝나기까지는 진정으로 신부가 아니며, 참으로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신부가 자신의 닫힌 정원을 열어주어야 한다(아 4:16)는 관계의 본질을 함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부터 신부는 더 이상 신부가 아니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2) 순결한 신부(아 4:9-11)
4:9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가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과 네 목의 구슬 한 꿰미로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4:10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勝)하구나
4:11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
(필자역)
솔로몬의 노래(독창, 신부에 대한 노래 2)
네가 내 마음을,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가 내 마음을 네 눈짓 한 번으로
네 목의 구슬꿰미 하나로 사로잡았구나.
네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네 기름 향기가 모든 향수보다
얼마나 더 좋은지!
오, 나의 신부야,
새 꿀이 네 입술에서 떨어지는구나.
꿀과 젖이 네 혀 밑에 있고
네 옷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와 같구나.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가리켜 ‘나의 누이, 나의 신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여인에게 자신의 마음이 송두리째 빠져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솔로몬은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가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과 네 목의 구슬 한 꿰미로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勝)하구나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아 4:9-11)고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의 이면에는 잠언 7장에 등장하는 음녀가 자리하고 있다(잠 7:16-21). 이 음탕한 기생은 “내 침상에는 화문 요와 애굽의 문채 있는 이불을 폈고 몰약과 침향과 계피를 뿌렸노라 오라 우리가 아침까지 흡족하게 서로 사랑하며 사랑함으로 희락하자”(잠 7:16-18)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고운 말로 남자를 유혹한다. 반면에 아가서에서는 솔로몬이 사랑하고 있는 술람미 여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자의 ‘단 한 번의 보는 것’과 ‘목의 구슬 한 꿰미’라는 말은 잠언에서 “여러 가지 고운 말로 혹하게 하며 입술의 호리는 말로”(잠 7:21) 남자를 유혹하는 음녀의 모습과 비교된다. 동시에 이러한 표현은 음녀의 유혹에 넘어간 어리석은 남자와 술람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솔로몬 자신을 비교하는 말이기도 하다.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어리석은 남자와 같지 않고 지혜롭다는 의미이다.
사실 솔로몬의 노래 모티프와 잠언 모티프는 혼인 관계 안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솔로몬은 잠언의 모티프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자신의 신부인 술람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솔로몬이 자신의 마음을 술람미 여인에게 빼앗긴 것은 ① 사랑하는 여자의 비교할 수 없는 사랑, 즉 잘 숙성된 그 어떤 포도주보다 더 숙성한 그녀의 사랑과 ② 각양각색의 향품에서 나는 어떤 향보다 더 고귀한 그녀의 인격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솔로몬의 표현은 “대저 음녀(淫女)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며 그 입은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나중은 쑥 같이 쓰고 두 날 가진 칼같이 날카로우며 그 발은 사지로 내려가며 그 걸음은 음부로 나아가나니 그는 생명의 평탄한 길을 찾지 못하며 자기 길이 든든치 못하여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느니라”(잠 5:3-6)는 잠언의 묘사와는 철저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솔로몬은 정상적인 혼인 관계에서 솔로몬이 묘사하는 신부에 대한 극찬의 모습은 그 혀에 꿀과 젖이 가득 있어 입술에 꿀방울이 떨어질 정도이다. 이것은 음녀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의 말은 사람을 호리는 음녀의 간교한 말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고 양육하는 지혜로운 말을 하는 지혜의 말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그 본질을 달리한다.
따라서 솔로몬의 노래는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잠 10:11), “지혜자의 입의 말은 은혜로우나 우매자의 입술은 자기를 삼키우니라”(전 10:12), “마음의 정결을 사모하는 자의 입술에는 덕이 있으므로 임금이 그의 친구가 되느니라”(잠 22:11)는 교훈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3) 존귀한 신부(아 4:12-15)
4:12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4:13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초와
4:14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
4:15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
(필자역)
솔로몬의 노래(독창, 신부에 대한 노래 3)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겨진 동산이요, 닫혀진 우물이요, 봉해진 샘이로다.
너에게서 나는 것들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요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료들이며
동산들의 샘과, 생수의 우물이며, 레바논에서 흐르는 물이로다.
앞에서 흠 없는 신부(아 4:7-8), 순결한 신부(아 4:9-11)로 묘사한 솔로몬은 이어서 술람미 여인에 대한 고매한 인품을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초와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아 4:12-15)라고 묘사하고 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신랑이 신부를 ‘누이’라 칭하는 것은 하나의 사랑스런 호칭이었다. 이 사랑스런 호칭에 더하여 솔로몬은 신부를 가리켜 ‘잠근 동산, 덮은 우물, 봉한 샘’으로 표현한다. 이 세 가지 표현은 공통적으로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깨끗한 비원(secret garden)을 상징하며 특정 기간 동안 개방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그 특정한 때, 곧 약속한 때가 되면 함께 할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한 기쁨과 안식을 주는 요소들이다.
여기에서 ‘동산’은 꽃이나 야채가 심어져 있는 정원이라기보다는 작은 공원에 해당한다. 이 공원은 전도서에 나타나는 것처럼 포도원과 과일나무와 우물을 포함하고 있는 비교적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전 2:4-6 참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안식과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이 동산은 담으로 둘려져 있어서 들짐승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가 해치거나 더럽힐 수 없게 되어 있다. ‘덮은 우물’도 마찬가지이다. 이 우물은 자물쇠로 채워 간수한 깨끗한 우물로 허락된 사람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창 29:3). ‘봉한 샘’이란 활천(活泉)으로 언제나 샘물이 넘쳐흐르고 있지만 덮어놓아 깨끗하게 보존된 샘을 가리키고 있다.
창세기 3장 24절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생명나무 실과를 따먹을 수 없게 에덴동산을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으로 막아 놓으셨다. 이것은 “그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은 복이 있으니 이는 저희가 생명나무에 나아가며 문들을 통하여 성에 들어갈 권세를 얻으려 함이로다”라고 요한계시록 22장 14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때가 이르면 특별히 정한 대상들에게 열려질 것이다.
아가서는 이와 비슷한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들이 술람미 여인의 처녀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진부하게 보인다. 이 사실은 다음에 등장하는 당시 최고의 가치를 나타내는 과일들과 초목들, 향품들,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들과 생수 등 온갖 세상의 가장 귀하다고 하는 모든 것들이 신부에게서 나온다는 내용(아 4:13-15)을 통해 확인된다.
앞서 술람미 여인은 사랑하는 신랑을 위하여 아직 터트리지 않은 향주머니를 가슴에 차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아 1:13). 그리고 솔로몬은 이를 의식하듯이 술람미 여인을 가리켜 ‘잠근 동산, 덮은 우물, 봉한 샘’으로 묘사한다. 그것이 솔로몬에게 최상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근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 이상의 의미를 여기에 부여하고 있다. 곧 솔로몬은 동산 안에서 발견되는 갖가지 그림들을 묘사함으로써 마치 생명의 근원이 그곳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초와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아 4:13-14)라는 표현은 이곳이 생명력으로 요동치고 있는 특별한 곳임을 강조한다. 여기 등장하는 몇몇 물품들은 성전예배(출 30:24-25)나 왕실의 혼인식(시 45:8)에서도 사용되는 진귀한 것들이다. 그런데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이런 값비싼 물품들이 움이 돋듯이 솟아 나오는 근원으로 묘사된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가리켜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아 4:15)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산의 샘’은 동산의 수목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근원이며, 이 샘은 특별히 ‘생수의 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수천(水泉)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나 눈이 쌓여 있는 레바논 산에서 녹아내리는 물이 끊임없이 흘러넘치듯이 결코 마르지 않는 샘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솔로몬에게 있어 술람미 여인이 모든 기쁨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동시에 술람미 여인으로부터 날마다 때마다 새 힘을 얻게 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모티프는 이사야에서도 발견된다. “나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케 하며 네 뼈를 견고케 하리니 너는 물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수보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사 58:11-12). 여기에서는 이스라엘이 새로운 나라로 회복될 것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비슷한 내용을 “여호와께서 야곱을 속량하시되 그들보다 강한 자의 손에서 구속하셨으니 그들이 와서 시온의 높은 곳에서 찬송하며 여호와의 은사 곧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어린 양의 떼와 소의 떼에 모일 것이라 그 심령은 물 댄 동산 같겠고 다시는 근심이 없으리로다 할지어다 그 때에 처녀는 춤추며 즐거워하겠고 청년과 노인이 함께 즐거워하리니 내가 그들의 슬픔을 돌이켜 즐겁게 하며 그들을 위로하여 근심한 후에 기쁨을 얻게 할 것임이니라”(렘 31:11-13)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들은 에덴 잃어버린 동산의 회복이라고 하는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는데, 솔로몬은 혼인의 제도를 통해 술람미 여인에게서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남자들이 정당한 혼인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것은 멀리 볼 때 에덴동산의 회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가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게 한다.
특별히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시 1:3)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의인이 마르지 않는 시냇가에서 왕성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남편 또한 마르지 않는 아내를 통해서 형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가정의 왕으로서, 남편으로서, 또는 아버지로서의 남자는 전적으로 그 아내를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본의를 보다 정확하게 드러내게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든 신부들을 대신하고 있는 술람미 여인의 존재야말로 이 땅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존귀하게 여겨져야 함을 대변하고 있는데 모든 남편들은 그 아내를 통하여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4. 술람미 여인의 응답과 솔로몬의 축복(아 4:16-5:1)
4:16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 나의 사랑하는 이가 그 동산에 들어가서 그 아름다운 실과 먹기를 원하노라
5:1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내가 내 동산에 들어와서 나의 몰약과 향 재료를 거두고 나의 꿀송이와 꿀을 먹고 내 포도주와 내 젖을 마셨으니 나의 친구들아 먹으라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아 마시고 많이 마시라
(필자역)
술람미 여인의 응답(독창)
깨어나라 북풍아, 나오너라 남풍아.
내 동산에 불어서 그 향기 퍼지게 하라.
나의 사랑하는 이로 그의 동산에 들어와서
그의 아름다운 과일들을 먹게 하라.
솔로몬의 응답(독창)
내가 나의 동산으로 들어왔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내가 나의 몰약 향과 내 향료를 따고
내 꿀송이와 꿀을 먹으며
내 포도주와 내 젖을 마시는구나.
초청과 축복(독창)
먹으라, 나의 친구들아.
마시고 마시라,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아!
<제3부. 끝을 알리는 피날레>
신부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솔로몬의 노래(아 4:8-15)에 이어 이제 술람미 여인의 화답이 전개된다.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아 4:16a)는 답가에서 남풍과 북풍이 자신의 동산에 불어서 그 안에 있는 수많은 향을 날리게 하라고 한다.
술람미 여인은 솔로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불어서 술람미 여인이 표현한 자기라는 동산에 있는 모든 귀한 것들이 주변에 향기를 내어 자기의 존재가 세상에서 존귀하게 여겨질 것을 소망한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이 사랑하는 솔로몬에게 그 동산에 들어가서 탐스러운 실과를 제일 먼저 따먹으라고 권한다. 이곳에서 표현된 동산은 솔로몬의 것이며 그 동산에서 나는 모든 것들로 인해 기쁨을 누리는 사람도 역시 솔로몬이다.
이스라엘 지역에서 북풍은 차가운 바람이며 남풍은 뜨거운 바람이다. 이 두 바람이 때를 따라 알맞게 불어옴으로써 식물은 왕성하게 성장하게 된다. 여름에는 남풍으로 식물들이 자라게 되고 가을에는 북풍으로 성장한 열매들을 여물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술람미 여인은 이 바람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향기가 더욱 멀리 퍼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이것은 자기 안에서 사랑의 가치가 되는 모든 것들이 온전하게 풍요로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며 그 향기가 이 사실을 알리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술람미 여인의 확신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모티프가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 2:7)로부터 나왔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근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 바람으로 인해 온 땅으로 퍼지는 술람미 여인의 향기는 솔로몬에게 충분히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공급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술람미 여인은 좀더 이 사실을 강화시키기 위해 “나의 사랑하는 이가 그 동산에 들어가서 그 아름다운 실과 먹기를 원하노라”(아 4:16b)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에게 있어서 생명력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정은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회복과 긴밀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복된 제도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이어 등장하는 솔로몬의 노래에서 다시 확인된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의 초청에 기꺼이 응하였고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내가 나의 동산에 들어와 나의 몰약과 나의 향료를 거두고 나의 벌집을 나의 꿀과 더불어 먹었으며, 내가 나의 포도주를 나의 젖과 더불어 마셨도다”(아 5:1a, 한글 KJV)라고 하면서 이 모든 일들이 술람미 여인의 청원대로 실행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분명히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통해 실로 감미로운 기쁨과 위로와 달콤한 맛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술람미 여인은 솔로몬에게 온갖 향기를 발하는 꽃동산처럼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회복된 에덴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에덴동산의 회복을 상징하는 모습은 솔로몬의 노래 이후에 등장하는 “오 친구들아, 먹으라. 오, 사랑하는 사람들아, 마시라. 실로 풍부히 마시라”(아 5:1b, 한글 KJV)에서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이 말의 화자가 솔로몬일 수도 있으며, 신랑과 신부를 축복하고 있는 동료들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축복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러한 확증과 축하의 말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있다면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다.
물론 여기에서 갑자기 하나님이 화자로 등장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때문에 아가서는 이 말의 화자를 합창단의 목소리로 대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 친구들아, 먹으라. 오, 사랑하는 사람들아, 마시라. 실로 풍부히 마시라”고 하는 표현은 마치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동산의 열매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시는 모습(창 2:16)을 연상케 한다. 이것은 혼인을 통해 세워진 가정제도를 이 땅에 만드신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정을 통해 에덴동산의 회복을 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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