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 있는 아이를, 태아를 가진 여인들은 거동을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뱃속에 한 사람을 데리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기어 다닙니다. 차라리 뱃속에 있는 것이 낫다고들 합니다. 일어서서 걸어 다니면서 여러 일들을 하는 모습을 보다가 보면, 차라리 기어 다닐 때가 낫다고들 합니다. 청소년이 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순종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차라리 어릴 때 손잡고 다닐 때가 좋다고들 합니다. 청소년 시기는 반항 시기라 하죠. 청소년을 키운 경험이나 키우고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까지 그렇게 착하고 말 잘 듣던 얘들이 10대가 되면서 말을 듣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흥행을 기록한 ‘RV’라는 영화는 한창 인기가수가 출현해서 그런지 인기가 좋았습니다. 10대와 아버지 간의 불화를 다룬 내용으로 시작해서 영화 끝에 가서는 서로, 즉 가족관계가 좋아지는 가족 영화입니다. 또 ‘새기 독’(shaggy dog)이라는 영화가 나와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아버지가 개가 되어 자녀들의 심정을 듣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므로 가정이 화목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녀들의 세계를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깥일에 바쁘다보니 그들과 대화하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지므로 빚어지는 가정불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10대 자녀의 하는 말입니다.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들에게 괜히 불평하고 거친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릇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반항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므로 부모들이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기를 원하는 것이죠. 방법은 조금 부정적이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10대들이면 누구든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밖에서는 친절하고 칭찬받지만 가정에서는 무관심을 받을 정도로 행동하므로 부모들이 비참해하는 모습을 마음 상하는 자세를 청소년들이 즐긴다는 것이죠. 아니 즐긴다는 것보다 시무룩해 있는 부모를 보고 자신들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지만 사실입니다. 천하를 호통하며 다스렸던 독재자들이나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주관하던 자들이 아파 누워있을 때 사람들은 측은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슬퍼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보복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증오하는 마음이 변해 동정이 가고 관용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상대방이 약하게 보이면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동정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들이 부모를 잔인하게나마 대하면 대할수록 부모들이 힘이 없어 주저앉아 있을 때 자녀들은 통쾌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잔인한 생각인지 몰라도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 잔인한 생각을 통해 부모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이 바뀌게 되고 바뀌게 되므로 부모들에게 관심을 끌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비논리적인 자세이지만 10대들은 흔히들 그렇게 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 . . 60~70년대 영화와 요즘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매우 사실적(realistic)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잔인한 장면을 실제인 것처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줍니다. 물론 컴퓨터로 그래픽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상상에 맡기지 않고 직접 스크린에 재현시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나오면 손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무시무시한 장면을 보곤 합니다. 잔인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므로 시청자들이 예사스러운 일에 그냥 무관심하며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심리적 의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심한 경우를 보았기에 덜 심한 경우를 보면 관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은 긍정적인 면이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부정적이라 함은 극적이고 잔인한 것에 민감하지 못하다보니 작은 범죄나 작은 불행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