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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라는 병

겸손

by 김경호 진실 2015. 7. 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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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연락이 된 후배가 책을 몇 권 보냈더군요,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서. 그 중 하나가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쓴 잡문을(영어로는 보통 칼럼이라고 하는 글) 모은 책이었는데 거기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장市長이라는 사람들이 시민이 부여한 신성한 직책을 남용해 마음대로 장난질을 치는 광화문광장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그 글을 읽었는데 제목과 내용이 따로 놀더군요.
“한글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알파벳이다. 세종과 충무공 동상이 서 있는 광화문광장이 국격을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 잡으면 우리 국민, 기업, 상품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다.”라고 끝을 맺을 거였으면 차라리 <광화문광장과 우리의 국격> 아니면 <세종의 한글과 광화문 광장>과 같은 제목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정인지)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훈민정음을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고 편이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글은 24개의 글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성적으로 표기할 수 있다. 현대 일본어를 표기하는 문자는 46개지만 ‘샐러리맨’을 ‘사라리만’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얼핏 들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인 거 같은데 저는 이런 생각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에서 2% 모자라게 하고, 한국이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와 브랜드 가치에 대한 잠재력을 100% 다 발휘할 수 없게 한다고 믿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한 바이고, 우리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천지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세로 막대기, 가로 막대기, 점의 세 개의 부호符號 우리가 필요한 모든 모음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더군요. 그러나 이 양반이 주장하는 ‘한글은 24개의 글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성적으로 표기할 수 있다.’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한글로는 서양 언어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F, V, Z, R, L등의 소리를 표현할 수 없거든요. 그러므로 위에 예를 든 글은 “한글은 일어는 물론 영어보다도 적은 24개의 글자로 우리 민족이 일상 생활에서 쓰는 모든 소리를 음성적으로 표기할 수 있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기억도 납니다. 1999년 말, 온 세상이 새 천년을 맞이 한다고 떠들썩 할 때 한국 지성의 자존심이라는 이어령 박사가 2000년을 맞이해서 한국에서는 2000원 짜리 지폐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글을 쓴걸 읽었습니다. 아직 2000 단위의 지폐를 쓰는 나라는 없다면서, 우리가 만약 2000원 권을 만들었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000 단위의 지폐를 사용하는 나라가 될 뿐 아니라, 가장 확실하게 2000년을 맞이할 수 있었을거라고 했죠. 근데 이거 아세요? 남미의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에서는 1995년 경부터 2000볼리바 짜리 지폐를 쓰고 있었다는거? 이건 그 때 제가 거기를 자주 갔기 때문에 확실하게 압니다. 그러므로 2000단위의 지폐가 없다는건 틀린 말린데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냥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2000원권 화폐를 새로 발행하는 기지를 발휘해 새 천년을 맞이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정도로 끝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거죠. ‘세계 유일’ 같은 유치한 것들은 빼고.
제가 황호택 논설위원이나 이어령 선생의 글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는 이유는 한국의 인텔리겐차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글에서 ‘세상의 모든 소리’ 또는 ‘세계 최초의 2000 단위의 화폐’등 1등에 대한 욕심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말 세계를 리드해 가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최고, 최초, 최대를 들먹거리는 ‘1등’이라는 병을 고쳐야 합니다.
한국 교육이 무너지는 것도 1등이 독식하는 문화때문이고, 강남스타일이나 갤럭시 같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가까우면서도 문화적으로는 스페인이나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도 1등 병 때문이니까요. 세상이 이렇다보니 1등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론 1등을 하는 아이들까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질대로 망가져가고 있고, 공부 하나 잘하는 것 이외에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거들먹거리게 되는건데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이런 풍조가 쉽게 고쳐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풍조에 역행하며 살 때에는 항상 불이익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한번에 많이 나타나야만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 풍조를 바꿀 수 있는데 날이 다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하니까요.
이런 우리에게 성경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남의 이익도 생각하십시요.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과 같은 태도를 가지십시요.” (빌립보서 2:3-4, 현대인의 성경) 쉽게 말해 허영과 헛된 경쟁을 버리고 겸손히 사는 게 진정한 승자라는 말인데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다는 교회들 마저도 이런 가르침을 외면하고 세계 최대, 국내 최고를 외치고 있으니 누굴 탓하리오마는 남들 보다 조금 더 배웠을 가능성이 많은 저의 독자들부터라도 이런 말씀을 생각하며 살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써 봅니다. 샬롬.


조인길 목사
DeRoyal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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