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근은 회복될 기미가 없고 사 온 양식은 다 떨어졌다. 아무리 야곱이 고집을 부린다고 해도 형제들이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양식이 떨어지면서 이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것은 애굽에 감금되어 있는 형제 시므온을 위한 결정이었다기 보다는 상황의 압박이 만들어낸 결정이며 아버지 야곱의 베냐민을 향한 애정에 대한 야곱 자신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다의 맹세에 가까운 설득으로 야곱은 베냐민을 내어놓았고, 야곱 특유의 선물 전략(?)이 다시 등장한다. 하나님께서는 요셉을 통해서 지금 하나님의 언약 백성 전체를 테스트하고 계신다.
2. 야곱이 하나님 앞에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무엇인가? 그에게는 애정을 쏟을 대상이 언제나 필요했다. 어머니 리브가에서 아내 라헬로, 라헬에서 요셉으로, 요셉에서 베냐민으로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애정의 대상들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인생에서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빼앗아가셨다. 이것은 야곱의 생애에 하나님께서 다루셔야만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평생 해결하지 못하는 이런 자기 사랑의 문제와 우상의 문제가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것들을 반드시 다루신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혹시 하나님께서 당신의 삶 속에서 그 문제를 다루신 적이 있는가? 혹 지금 다루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
3. 시므온을 애굽에 남겨둔 채 돌아온 형제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나안에서 함께 밥을 먹는 모든 순간은 좌불안석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전에는 어땠는가? 시므온과는 전혀 다른 경우로, 자기들이 애굽으로 팔아 넘긴 동생 요셉에 대한 생각을 정말 그들은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편안하게 먹고 발 뻗고 잘 수 있었을까? 요셉의 빈 자리는 정말 그들의 양심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일까? 이제 하나님은 그 형제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시작하셨다. 형제들을 대신해서 유다는 해결의 열쇠를 가진 아버지 야곱에게 맹세하면서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으로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형제에 대한 이런 책임감이 과연 언제 그들에게 있었단 말인가? 하나님의 언약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들은 이제 상황을 통해서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4. 지난 번의 착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두 배의 돈을 가지고 애굽으로 간 형제들은 요셉의 집 청지기에게 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청지기는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선물이었다고 대답한다. 이 말은 다시 그들의 속에 깊이 잠겨있는 하나님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준다. 형들의 두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셉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려고 인도받은 그들은 자기들이 나이 순서대로 배석되었다는 사실에 놀람과 두려움이 엄습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 말이다. 요셉은 베냐민에게 형제들보다 5배를 주는 편애를 보임으로써 편애 받는 형제에 대한 그들의 시기심을 다시 한 번 테스트한다. 첫 애굽 방문 이후 지금까지 베냐민을 위해서 자기의 두 아들의 생명을 내어놓겠다고 한 르우벤이나 그를 위해서 자기 자신이 죄를 다 뒤집어쓰겠다고 맹세한 유다나 다른 모든 형제들에게 있어서 지난 시간들은 팔아버린 형제 요셉과 잊혀진 형제 시므온 그리고 열쇠를 쥐고 있는 베냐민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믿음으로 사는 자들을 다루시는 한 가지 테스트가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부추김을 받는 우리의 시기심은 믿음 안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분복을 누리며 자족함을 배우기까지는 계속해서 싸워 죽여야 하는 육신의 소욕이다. 자족함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결코 믿음 안에서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없다.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믿음이 우리 안에서 역사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5. 하나님은 우리를 테스트하심으로써 넘어지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빚어가신다. 하나님의 테스트는 너무나 무리하게 조급함으로 우리를 재촉하시는 것만은 아니다. 하나님은 오래 참고 기다리셨다. 야곱의 노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십 수년이 지나도록 그 형제들을 기다려주셨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테스트하고 계신 부분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라.
6. “하나님 아버지, 때로는 긴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저희 양심을 일깨우시고 저희를 회복시켜주시는 은혜를 감사합니다. 고통에 정신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하시는 일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열고 저희를 빚으시는 하나님께 저희 자신을 드리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