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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에서 ‘지혜’의 의인화 속에 나타난 ‘인격’ 이해> 송영찬목사

송영찬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7. 7. 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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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에서 ‘지혜’의 의인화 속에 나타난 ‘인격’ 이해>

잠언에서 지혜(????)를 ‘지혜로운 여인’으로 의인화 한 것은 매우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이다(잠 1:20-33; 3:13-20; 4:5-9; 7:4; 8:1-36; 9:1-6). 이 여인과 상대적으로 등장하는 여성이 미련한 여인(잠 9:13-18)이다.


지혜를 의인화하게 된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일치된 견해는 없다. 지혜의 의인화가 이방 여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 견해에 따르면 지혜의 의인화를 이스라엘의 주변 민족의 여신들에 관한 신화에서 영향 받은 것으로 추측한다. 폰테인(C. Fontaine)은 이스라엘 주변 나라들의 여신들을 참작하여 여호와 신앙에 맞는 지혜 여인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족장들의 유일신 사상에 저촉함 없이 하나님의 여성 이미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심리적인 욕구를 만족 시켰을 것이라는 견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랑(B. Lang)은 이러한 견해를 반박한다. 그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여호와 신앙에서 하나님 외에 또 다른 위격(位格)을 필요로 했는가에 대해선 밝혀진 바 없으며 오히려 이스라엘 신앙은 여호와에 대한 유일 신앙이 절대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랑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쉐키나(Shekinah)를 의인화하지 않는 것에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지혜를 여성으로 묘사하게 된 것은 호크마(????)가 여성 명사이고 여성으로서의 의인화가 이스라엘의 취향에 맞았으며 지혜의 신적, 왕적 속성들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혜의 의인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기대할 수 없지만 지혜 여인에 관한 성서의 묘사는 그 자체로 새롭고 독특한 것이며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이와 관련해 ‘지혜’를 하나님의 속성이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욥기(욥 28:27)의 묘사는 하나님께서 지혜를 창조하셨으며 모든 살아 있는 것들 위에 ‘지혜’를 부어주셨고 선민 이스라엘에게 아낌없이 주셨다는 보도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지혜에 관하여 잠언에서는 욥기의 보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잠언에 따르면 여호와로부터 지혜가 탄생했으며 창조 이전에 지혜가 존재했으며 지혜는 여호와의 창조 행위들을 목격하면서 모종의 역할을 했으며 지혜가 하나님 앞에서 기쁨이 되며 뛰놀았으며 지혜가 인간들을 기뻐한다고 묘사한다(잠 8:22-31). 그리고 나서 ‘지혜’는 “아들들아 이제 내게 들으라 내 도를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잠 8:32)고 주장하며 “대저 나를 얻는 자는 생명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얻을 것임이니라 그러나 나를 잃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해하는 자라 무릇 나를 미워하는 자는 사망을 사랑하느니라”(잠 8:35-36)고 선포한다.


이에 앞서 지혜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묘사되었다(잠 3:19-20, “여호와께서는 지혜로 땅을 세우셨으며 명철로 하늘을 굳게 펴셨고 그 지식으로 해양이 갈라지게 하셨으며 공중에서 이슬이 내리게 하셨느니라”는 점에서 비추어 볼 때 ‘지혜’는 자신을 신적 존재로 주장한다). 비록 폰 라드(G. von Rad)가 지혜를 ‘창조의 자기 계시’라고 주장하였다 할지라도 이 말은 ‘지혜’가 자신을 가리켜 선포한 내용을 모두 함축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혜’는 자신을 여호와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한다. ‘지혜’는 피조물에 대한 여호와의 바라심이며 이 세상에서 구현된 하나님의 임재이며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다. ‘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왔고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피조물과 이스라엘에게로의 의사 소통이다. 동시에 ‘지혜’는 자신을 청종하는 모든 이들에게 생명을 주는(잠 8:32-34) 절대적 주권을 행사하시는 분이시다. 이런 점에서 ‘지혜’는 하나님의 한 양상(aspect)이 아닌 독립적 존재이다.


잠언 1-9장은 유례 없이 ‘지혜’라는 존재에 신적 지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지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었던 생사의 선택권을 택하라(신 30:15)고 하셨던 것처럼 이제 그 백성에게 생명을 선택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이것은 ‘지혜’가 하나님과 같은 권위자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지혜’는 자신을 얻는 자는 생명을 얻는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존재를 대변한다(잠 8:35). 때문에 바우만(G. Baumann)은 “지혜를 존중하는 유일한 길은 지혜의 길을 따르는 데 있다. 그 길은 넓은 의미에서 여호와 예배의 간접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를 가리켜 하나님의 신비한 지혜(고전 1:24)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골로새서에서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를 가리켜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5-17)고 말한다.


바울이 인식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개념은 잠언에 등장하는 지혜가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개념(잠언 8:22-36)과 거의 동일하다. 이것은 ‘지혜’가 곧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독특한 예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사실은 지혜자로 오신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사역을 통해 바울 사도와 잠언의 지혜가 언급한 내용을 친히 나타내셨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잠언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혜’의 의인화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인격에 대한 가장 확고한 예표적인 계시로서 그 의의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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