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보다 인간의 전통이나 개인적 경험 지나치게 강조
올바른 관상은 상상력 동원이 아닌 성령님이 주시는 생각
최근 한국 교회 안에 널리 퍼져 있는 ‘관상기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 및 비판에 관한 신학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관상기도는 동양적 신비주의 사상과 가톨릭 신비주의를 물려받았고,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도 받으며 이교적이고 혼합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교단적으로 실시하는 이번 가을 정기총회에는 관상기도가 성경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이교도들이 시행하고 있는 명상 형태를 개신교가 도입한 것인지 등에 대해 검증하려는 교단도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학술원(원장:김영한 박사)도 지난 7일 오전 7시 반도중앙교회(이영엽 목사)에서 ‘영성과 기도-관상기도에 대한 대안’을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진행하며, 관상기도에 대한 성찰 및 성경적이고 개혁주의적인 기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종교개혁적 전통에 충실하지 않아
‘관상기도 성찰과 올바른 기도’를 주제로 발표한 신현수 교수(평택대)는 “관상기도는 세상적 가치에 바탕을 둔 한국 교회의 기복적 기도 행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기도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며 “관상기도는 사람의 세속적 필요를 채우거나 외형적이고 시끄러운 기도가 아닌 조용히 기도자의 내면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과 신비적 합일을 강조하는 기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 교수는 세상적 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드리는 기도 형태에 경종을 울린 점, 기도의 본질 가운데 중요한 요소인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성을 강조한 점, 인격의 중심인 마음에서 하나님과의 지속적 사귐을 강조한 점, 기도는 내 뜻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게 하는 통로라고 본 점 등 관상기도의 긍정적 측면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관상기도가 갖고 있는 신학적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관상기도는 오직 말씀의 종교개혁적 전통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것, 곧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성령의 사역이다. 그러나 관상기도의 방식에 대한 강조는 성령의 감동으로 된 성경 말씀의 충족성을 약화시키며 새로운 영지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둘째, ‘오직 성경’의 관점에서 관상기도는 하나님의 주권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은혜이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하는 어떤 행위에 바탕을 둔 신비적 체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관상기도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만 습득적이고 능동적이며 통상적인 관상인 지기 비움이 이를 조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 성경적 가르침에 어긋난다
신 교수는 “관상기도는 인간의 종교적 필요, 즉 하나님과의 합일을 인위적으로 충족시켜 보려는 인본주의적 발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 성경적 세계관, 성경의 가르침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관상기도는 사물의 본질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그것을 사물의 현상과 분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이다. 결국 영의 세계는 선하고, 육의 세계는 악하다고 보는 영지주의적 사고의 혼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기도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다. 하지만 성경은 결코 어떤 기도의 방식이나 특히 그 방식을 통해 관상에 이룰 수 있음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특히 “예수님이 관상기도의 본을 보이셨다는 주장은 예수님의 성육신을 증거하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며 “신약성경의 사도들이나 예수님은 기도를 할 때 촛불을 켜거나 종을 치는 것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성경의 가르침을 넘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방식에 따라 영적 생활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인간의 전통이나 경험을 위에 두는 잘못을 저지르는 행위라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적 입장과 달리 ‘관상기도와 개혁주의적인 기도’를 주제로 발표한 오방식 교수(장신대)는 관상기도의 현대적인 지평과 자세를 소개하며 관상기도가 현대인의 기도생활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했다.
# 하나님의 뜻 이루는 하나의 깊은 기도로 이해해야
오 교수는 “기독교적인 관상이해를 위해서는 관상이 신구약 성경의 가르침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 위에 발전된 개념이며, 기독교 관상은 개혁주의 전통에 충실한 기도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님과 인간 피조물의 질적인 차이를 부인하지 않고, 나아가 하나님을 아는 관상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이며 성령의 조명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신학적인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상의 어원, 기독교 전통에서의 관상의 의미, 관상의 성경적 기초 등을 설명한 오 교수는 “기독교 관상은성경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아는 것”이라며 “관상을 추구하는 삶은 하나님과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만남이나 개인의 내면적인 변화만을 소극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행동과 관상의 조화로운 일치를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상기도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철저하게 순수하게 추구하고, 하나님의 뜻만을 온전히 이루어 하나님께만 영광돌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 나가는 하나의 길, 깊은 기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칼빈의 영성의 핵심은 그리스도와의 신비적인 연합에 있듯이 관상기도를 포함한 영성훈련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그리스도와의 신비적인 합일을 완성해 나가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는 “개혁주의 전통에 충실한 기도는 말씀에 따른 기도이며, 말씀에 대한 묵상”이라며 “관상이란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성령이 주시는 생각을 보는 것이므로 주관적으로 투사하거나 전위하거나 동일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개혁주의 전통은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다. 관상이란 오로지 말씀을 보는 것이며, 주님을 보는 것이다. 주관적 감정을 인위적으로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개인의 상상력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능동적인 관상은 주관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는 이주연 목사(산마루교회)도 발제자로 참여해 '한국적 영성에 적합한 기도'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발표회 전 가진 기도회에는 박봉배 박사(전 감신대 총장)가 메시지를 전하고, 장현승 목사(과천소망교회), 이준일 목사(예장합동 전 인천노회장), 배본철 박사(성결대 교수) 등이 한국 교회 및 사회,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 세계의 영성을 위해 각각 기도했다.
출처 : 아이굿뉴스(http://www.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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