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에 학교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던 교회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벽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공간을 무료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밖으로 내몰렸다. 학교를 사용할 정도면 교회 규모도 큰 편이어서, 임대료와 기타 비용을 합하면 웬만한 교회 건물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 주일에만 사용하는 교회 건물을 짓지 말고 공유하므로 사회에 환원되게 하자’는 고귀한 뜻이 고통이 되어 돌아왔다. 그럴지라도! ‘공유’는 교회 공동체가 지역과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다. 우리끼리 마음대로 하려는 욕망이 우리를 격리한다. 참아야 할 것도 많고 불신앙 세계의 난폭함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여기 빛이 있다”고 내보일 수 있게 된다.
연 면적 350평의 아담한 우리 교회 건물에 어린이들까지 천여 명이 예배하게 되면서 공간은 주일마다 터질 것 같았다.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여러 번 예배드려 인원을 흩기는 했지만, 주차장에는 10대의 차량만 주차할 수 있었다. 오래전 조성된 골목도 좁아서 주변 상가들은 주차장 때문에 자주 다투곤 했다. 교회가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다만 5~6대의 주차 공간이라도 지역 상권과 함께 사용하려고 개방을 알렸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의 형편을 봐주며 배려하려고 애쓰는 사이다. 근거리에는 어린이전도협회와 GP선교회의 한국 본부가 있다. 교회는 선교회의 이사와 후원자가 되어 사역에도 동역하며, 예배당과 세미나실도 공유하고 있다. 선교회의 세미나실은 아예 교회가 맡아 관리하니 한 번의 비용으로 두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 하나님께 이문이 되는 방식이다. 네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교회의 위치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로 여겨 1층을 카페로 개방했다. 중년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고, 소그룹 학습이 가능한 카페를 지역과 공유하자 했는데, 정말 평일 오후만 헤아려도 2~30명이 앉은 좌석의 80%는 지긋한 중년들이 점유한다. 근거리에 사는 성도들도 손님이 오면 좁은 집 거실보다는 교회 카페에서 맞는다. 그리고 흥이 나면 옥상의 공유 공간에서 바비큐를 굽는다.
모든 것을 다 갖추는 것은, 갖춘 만큼만 사역하자는 울타리에 우리를 가둘 수 있다. 공간이 공유되면 소통이 살아나고 공동체는 확장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학교만 사용하던 교회들은 평일에도 교회가 사용할 부속 공간을 마련하려 애썼고, 지금은 웬만한 사역을 소규모나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건강한 공유 방식을 마련하면, 우리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좋은 공유가 성숙해진다.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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