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먹이는 것이 아름답다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23. 7. 4. 09:33

본문

우리 교회는 이름 좋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동네 이름을 따라 ‘장지교회’라 지을 때는 이 지역에서 사명을 감당하리라는 각오였다. 이 지역 첫 교회라는 자랑도 섞여 있다. 하지만 불길함까지는 아니어도 불편한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름에는 처음 보는 한자도 들어있었다. 장지동(長旨洞)의 ‘旨’는 입 위에 숟가락이 있는 모양으로 ‘먹이다’는 뜻이다. 왕명을 전하는 문서를 일컫는 교지(敎旨)에 쓰이는데, 이때는 ‘뜻 지’라고 훈(訓) 한다. 거기 더하여 ‘아름답다’는 의미도 있다. 장지동을 말할 때는 아름답다는 의미다.

본래 장지리는 경기 동남부와 남한산성을 지나 송파나루를 건너 한양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마을 곁을 흐르는 탄천변에는 버드나무가 촘촘했다. 남한산성 남편(성남 城南) 태평고개를 넘을 때면, 그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환영하는 손짓처럼 아름다웠다. 그렇게 길고 아름다운 버드나무 가지를 부른 말이 장지(長旨)였고, 교회 이름도 ‘아름다운 가지 장지교회’로 풀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의미에 성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지가 되자. 요셉처럼 담을 넘어 선함과 구원을 흘려보내는 아름다운 가지가 되자!”

아름다워 보이기는 쉬워도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모이기에만 힘쓰는 공동체였는데 팬데믹을 지나면서 체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절대 예배를 쉬지 말고 금요기도회까지 모두 드려야 한다는 일상의 각오로 힘쓰는 연대를 배웠다. 점차 성도가 교제하고 서로 양육하는 노력으로 성숙했다. 사회적 섬김과 교회의 연합 사역이 중단되었던 기간에는 작은 섬김과 소탈한 연합 사역으로도 넘치는 은혜를 얻었다. 그리고 팬데믹 종식을 선언한 올해 여름, 아웃리치를 ‘온 성도 파송 사역’으로 정했다. 사역에 따라 하루부터 수일까지 20개 정도의 사역을 개발하고 각자의 형편과 열정에 따라 팀을 꾸렸다. 가까이는 이웃의 반찬통이나 방충망을 챙겼고, 농어촌 교회를 섬기는 일이나 연합 수련회의 마중물이 되도록 헌신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까지 전 성도를 모두 파송하겠다는 공동체의 각오가 새로운 연대를 형성했다.

우리 선조들은 왕의 고귀한 뜻은 ‘사람을 먹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먹이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겨 한자에 담았다.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의 뜻과 같이 세상을 생명의 빵으로 먹여야 한다. 여름에도 이 사명을 위해 담을 넘는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진실로 아름답다.

 

홍승영 목사(장지교회)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728x90

'목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문_이상목 목사  (2) 2023.11.14
[목회단상] 가정호 목사  (2) 2023.11.14
우리 하나님께 좋은 공유  (0) 2023.06.27
노인들을 꿈꾸게 하리라  (0) 2023.06.20
목사, 교회의 심장  (0) 2023.05.3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