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영 목사(장지교회)
누가 100세 시대의 기준을 묻길래 ‘90대까지 사는 시대’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에누리가 우리 민족의 덕이니 90세만 넘기면 100세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느덧 90세 넘겨 사는 일이 흔해졌으니 100세 시대는 현재다. 이후로는 11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회 사역을 준비할 때 110세 시대에 맞추어 기획해야 한다. 70세가 가까운 한 성도는 “요즘 사회에서는 60대가 모임의 주축”이라고 말했다. 50대는 심부름하기 시작한다는 말도 더했다. 오랫동안 만나온 목회자 모임에서, 50대 중반의 담임목사인 내가 라면 국물 들고 뛰어다닌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110세 시대는 50대가 심부름 좀 하고, 60대가 앞장서서 달리며, 80대에는 조금 물러서 주는 시대다.
이미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3명 중 1명이 노인으로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3분의 1이나 남은 사람을 노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50대가 젊은 것이다. 60대가 앞장서면 보통 교회고, 40대가 심부름 하면 비교적 젊은 교회가 된다. 1980년대에는 20대가 심부름을 하고 40대 초반이 교육부에서 부장을 맡았다. 옛 경험이 어느새 내 마음의 기준이 됐고, 40대 부장을 찾지 못한 것에 자책을 느껴왔다. 그러나 110세 시대의 기준을 세우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 우리 청소년부 부장은 60대이며, 그동안 내가 만나온 수십 명의 부장 중 단연 최고의 사역을 하고 있다.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 2:17)
이 말씀은 요엘의 예언을 인용한 것이다. 성령님께서 노인들에게 하시는 일은 꿈을 꾸도록 하는 것이었다. 꿈꾸는 노인이라니,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개역성경이 이 말씀을 ‘노인’이 아닌 ‘늙은이’로 번역한 이유를 모르겠다. 요엘서 2장 28절의 히브리 단어는 ‘자켄’이다. 구약성경에서 100회 이상 사용된 이 단어는 ‘장로’라는 의미도 있으며, ‘늙은이’로도 번역되고 ‘노인’으로도 번역되었다. 두 번역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다. 오히려 시편 92편 14절의 ‘쎄바’라는 단어가 늙음을 표시하는 말이다.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쎄바’는 백발의 노령을 의미한다.
이제 노년을 위한 교육은 전적 사역을 위한 재교육이 돼야 한다. 노래 교실이나 마사지 수업은 80대에게 넘기자. 실버 교육이 아니라 ‘후반기 교육’이라는 개념이 맞고, 좀 더 변혁적으로는 ‘하프타임’의 교육 개념이 좋다. 사회생활 하느라 분주했던 인생 전반기를 지나, 후반기의 헌신을 준비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꿈꾸는 노인’이 일어나는 교회가 다음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목회칼럼] 노인들을 꿈꾸게 하리라 < 목회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주간기독신문 (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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