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당신의 “당신”이신가?
이따금 충격적인 기도문을 듣는다. 그것도 다름 아니라 공식적인 예배 중에 듣는 아연실색할 기도문이다. 밑도 끝도 없이, “봄입니다. 꽃잎이 알록달록 피어나고, 연녹색 새잎이 돋아나는 계절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끝까지 시를 읊조리는 듯한 낭만적 기도문이 있는가 하면, “나는 육이오 때 태어나 사일구를 거쳐 산업화의 시대에서 살았습니다”라며 내용 전부가 자기 인생을 소개하는 자서전적 기도문이 있다. 넋두리 섞인 한탄조의 기도, 누군가 들으라는 듯한 설교 투의 기도, 불만을 토로하며 어떤 이를 훈계하는 기도도 있다. 이런저런 성경 구절들을 연결고리 없이 늘어놓는 기도는 언뜻 보면 꽤 경건해보이지만, 실상은 기도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다. 이런 기도들은 형식도 없고 내용도 없는 잘못된 기도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기도 내내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부르다가 결국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로 끝나는 기도이다.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법상 과연 옳은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신”이란 표현은 3인칭으로는 웃어른을 높여 일컬을 때 사용된다. 2인칭의 경우는 조금 복잡한데, 부부가 서로 상대를 일컬을 때나 “하오”할 자리에 상대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되고, 심지어는 언쟁 중에 상대를 얕잡아 부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당신”의 용법에서 하나님을 부르는 데 어울리는 것은 없다. 어떤 이는 이런 불편한 사실 때문에 “당신” 대신에 “당신님”을 사용할 것을 권유하지만, 궁색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불편한 마음을 더욱 가중시킨다.
하나님께 바른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고 배워야 한다. 잘 짜인 형식과 잘 갖춘 내용을 교육하는 것이다. 종교개혁 이래로 기도 교육은 신앙지도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1542년 깔뱅이 “기도와 찬송 예식서”에서 제시한 기도의 형식과 내용이다. 예식서에 따르면 주일 예배에서는 설교 전에 하나님의 말씀이 신실하게 설교되고 겸손과 순종으로 받아들여져 교회가 견고하게 세워지기를 기도하고, 설교 후에는 통치자, 목회자, 병자, 박해 당하는 신자 등 여러 대상을 위해서 기도한다. 또한 1542년 “제네바 신앙교육서”는 식사 전 기도와 식사 후 기도 같은 일상적인 기도를 가르치는데, 특히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주목할 만하다.
아침기도의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지난밤에도 보호해주신 은혜를 감사하면서, 오늘도 똑같은 은혜로 주님을 섬기기를 간구한다. 태양이 땅을 비추듯이 성령님의 깨닫게 하심이 마음을 밝혀 의의 길을 가고, 주님의 영광을 모든 일의 목적으로 삼고, 영혼과 육체를 시험과 위험에서 보호해주시기를 기도한다. 저녁기도의 요점은 이렇다.일을 위해 낮을 정하신 것처럼 쉼을 위해 밤을 정하신 것은 창조의 뜻임을 고백하면서, 밤 동안에 육체는 쉬고 영혼은 주님을 향해 깨어있기를 기도한다. 너무 많은 잠으로 육체가 지나친 편안함에 붙들리지 않도록, 또한 육체의 약함을 극복할 정도로 잔 후 다시 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한다. 어둠이 만물을 감추듯이, 온갖 실수를 자비로 묻어주시길 기도한다.
기도의 간명한 형태는 하나님을 부름, 감사와 찬양, 회개, 간구, 종결(예수님의 이름으로)로 진행된다. 하나님을 부를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전능하신 하나님, 자비로운 창조주, 은혜의 주님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감사의 내용은 영원한 예정, 은혜로 말미암는 구원, 죄인을 부르심, 일상의 보호와 인도, 교회에 소속됨, 영생의 약속이다. 회개는 인간이 본래 죄인인 것, 신자도 구조적 사회악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죄악에 참여하는 것, 몸과 영혼이 자주 진리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진리를 깨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데는 열중하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목적하는 삶을 살지 않는 것과 관련된다. 이어서 사회질서 확립, 교회 안정과 부흥, 복음의 확산, 목회자, 약자 등을 위해 간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도를 교육하기 위해 성경에 들어 있는 기도문들을 면밀히 공부하거나 교회의 역사에서 훌륭한 기도 생활을 했던 신자들의 기도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야외에서도 기도하기에 아주 적절한 계절이다.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교회마다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이참에 기도에 관한 교육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고, 신자들도 기도하기 알맞은 곳을 찾아가 기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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