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으로
우리 합신 교단은 개혁주의 신학을 표방한다. 개혁주의 신학이 모든 신학 사상 가운데 가장 성경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을 가장 잘 요약한 것으로 우리가 신봉하는 <종교개혁 5대 강령> 가운데 첫 번째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다. 성경만이 신앙과 구원의 유일한 표준이고, 성경 외에 다른 계시는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경을 강조하게 된다.
물론 우리 합신 교단만 성경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교파와 신학을 초월하여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근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단조차도 성경의 권위를 강조한다. 당연히 모든 목사는 자신이 성경에 충실한 목회자라고 자부하며 자신의 설교가 성경적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성경의 가치에 관한 한 개혁주의 신학을 표방하든 그렇지 않든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을 강조한다고 해서 성경을 대하는 자세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성경관에 대한 신학적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성경을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는 입장과, 인간의 활동에 의한 역사적 산물로 보는 입장, 그리고 이 입장을 양극단으로 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들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주장은 엄밀히 말하자면 성경무오성을 따르는가 아니면 성경유오성을 따르는가로 크게 양분된다.
성경무오성을 따른다는 것은 성경이 정확무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성경을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우리의 판단과 생각을 내려놓는 것을 전제로 하며 성경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반면에 성경유오성을 따른다는 것은 성경의 탁월성은 인정하지만 성경의 기록과 전승 과정에 사람들이 개입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경의 역사성을 근거로 사람의 개입을 정당시 하게 된다. 당연히 성경을 해석할 때 경외심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더 중요시하며 성경 자체의 권위보다는 성경의 효용성을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성경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권위를 상실하고 사람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요긴한 근거구절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성경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면 성경을 대하는 기본 자세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오직 성경’만을 강조하는 개혁주의 신학을 따르는 우리 합신 교단은 하나님의 말씀인 정확무오한 성경을 대할 때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파악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며 성경을 근거구절로 이용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성경을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정말 믿는 대로 성경을 대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성경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총회와 노회, 그리고 교회에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잘 드러낸다는 확신을 갖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응이 좋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드러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죄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들어 순종하기보다는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들으려 하면서 설교자와 회중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중의 반응이 옳고 그름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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