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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공동체, 교회

사랑

by 김경호 진실 2024. 10. 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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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세계적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세계 17개 선진국의 국민에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결과는 1위가 ‘가족’(38%)으로 나왔고, 2위는 ‘직업’(25%), 그리고 3위가 ‘물질적 풍요’(19%)였다. 그런데 한국은 좀 달랐다. 한국인들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물질적 풍요”라고 대답했다.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가족”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3위로 밀려났고, 2위에 ‘건강’이 있었다.

그런데 퓨리서치센터는 이 질문을 할 때 예시를 주지 않고 응답자가 알아서 대답을 하도록 했다. 그래서 각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대답을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질문에 물질적 풍요, 즉 ‘돈’이라고 대답한 뒤에 다른 응답을 잘 안 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한국인들은 삶의 가치를 ‘물질적 풍요’ 하나에만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가족도 중요하고 친구도 중요하고, 직업과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 질문에 ‘돈’이라고 대답하고는 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돈이 있으면 가족이 유지되고 건강과 직업도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물질주의적 가치관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돈이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래서 돈이 이 사회의, 그리고 우리 삶의 절대적 가치가 됐다. 원래 절대적 가치라고 한다면, 그것은 ‘생명’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니 돈도 필요한 것이고, 물질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천하를 얻어도 생명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냐”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돈이 절대적 가치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니 생명이 상대적 가치가 됐다. 돈이 있어야 생명을 주장할 수 있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심지어 살아야 할 이유를 댈 수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가치관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살이 많은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20대의 청년이 낙망해 남은 80년의 인생을 버틸 자신이 없다. 40~50대의 아저씨들이 직장을 내려놓고 시작한 작은 사업이 망하고 나니 가족을 마주할 수가 없다. 70~80대의 어르신들도 아직도 안 끝난 노후 걱정에 더는 버틸 수가 없다. 돈이라는 하나의 목적이 상실된 인간상들은 이렇게 절망 가운데 생명조차 내려놓고 있다.

이러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교회뿐이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담대히 말할 수 있는 건 교회밖에 없다. “살아야 한다”라고, “사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생명 의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역시 교회가 유일하다. 그래서 교회에는 사명이 있다. 이 세상에 “생명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외쳐야 한다. 그래서 세상의 이 죽음 문화를 거둬야 한다.

마침 9월에는 생명을 이야기해야 하는 귀중한 날들이 있다. 9월 8일은 한국교회가 ‘생명보듬주일’로 함께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로 지키고 있다. 1년 365일, 그리고 52번의 주일 가운데 이 하루는 생명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가운데 절망에 빠져 생명줄을 놓으려는 자들에게, 특별히 이날 생명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고개를 들게 해 줘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9개의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살린다고 하는 9월 9일에 다른 생명을 살리자고 다짐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으신 하나님, 그리고 내가 곧 생명이라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다.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라이프호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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