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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이 할 일과 '교회'가 할 일

사랑

by 김경호 진실 2024. 10. 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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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시작하는 새벽기도회를 가려면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타임 벨이 울리면 급히 욕실로 직행하여 간단하게 세수하고 정장을 입어야 한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교회를 향한다. 부산에서의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던 시절은 나이가 한창이던 때였다. 어떤 날은 눈을 반쯤이나 감고 교회를 향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교회당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날이었다. 교회당 문을 들어서는데 아내가 일장 설교를 하고 있었다. 응? 웬? 그런 의문부호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아내의 설교를 듣는 교인은 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갔더니 아차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전후 사정을 들었다.

아내가 교회당에 들어서니까 교회당 안에 술 냄새가 코를 찔러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랐단다. 교회당 문을 잠그지 않으니, 어제저녁에 누군가 교회당에서 술 파티했나 하고 의심했었는데 늘 앉는 자리에 와서 보니 아뿔싸 거기에는 먼저 온 누군가가 술 냄새를 물씬 풍기며 자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깨웠다고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여학생이었다. 그래서 누구이며 어디 사냐? 왜 여기 자느냐? 등등 취조 아닌 취조를 하고 있었다. 학생은 친구들을 만나 그만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는 집으로 올라가다가 그런 상태로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집에까지는 20여 분은 걸어가야 하고 그 시간에는 모든 차도 운행을 멈췄던 자정을 넘긴 때였다. 그녀는 길옆 2층에 십자가를 보았고 교회라 안심이 되어 찾아왔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교인들이 오기 전에 그녀를 얼른 작은 면접실로 들여보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새벽기도회를 마쳤다. 그리고 그녀를 깨워 부모님이 일어나기 전에 집에 들어가라고 보냈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어디 사는지 지금까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은 60세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다 잊고 있었는데 그때의 교회 이야기, 살던 아파트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다가 그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어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결론은 그 학생이 교회당을 찾아왔던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옥스퍼드대학교 위클리프 홀 예배당/ 사진@김대진
술에 취한 여학생이 가다가 어느 골목에서 잠들었다면 과연 그 밤에 그를 온전히 지킬 수 있었을까? 아마 그녀는 어릴 적 교회에 나갔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여름 성경학교나 친구 따라 교회에 나가서 그래도 교회가 자신에게 조금은 친숙한 공간이라고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망설임 없이 교회로 찾아왔던 것이 아니겠는가?

문이 열려 있는 교회당, 그 후로 나의 목회에서 교회당 문을 잠그는 일은 없었다. 교회당은 누구나가 찾아와서 기도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잠시 자신을 지키는 공간으로 사용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교회당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공간은 때로 육신을 지키는 곳이 될 수 있다. 교회당에 앉아 있으면 그래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으며 뭔가 경건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믿음이 없더라도 왠지 하늘을 향하여 기도하여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당이 교회는 아니다. 교회당은 교회가 모이는 장소이다. 교회는 거룩한 무리의 모임이다. 죄와 구별되게 살고 또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이는 모임이다. 예수님이 가르치는 교훈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무리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육신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영혼을 지키는 곳이다. 그 영혼을 살리기 위해 양식을 준비하고 공급하는 곳이다. 그 영혼이 빗나가지 않도록 울타리 되고 경계하며 치리하는 곳이다. 하여 교회를 떠나서 자신을 지키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런데 왜 오늘날 가나안 교인이 많은 것일까? 교회의 어떤 기능이 고장 나 있는 것일까? 영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교회가 왜 영혼을 세상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교회당이 한 사람의 갈 곳 없는 육신을 밤새도록 지켜주었다면 교회는 한 영혼을 어둠이 걷히고 주님이 오실 때까지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헌옥 목사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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