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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치유” 역사와 미래로 한국교회를 진단하다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25. 1. 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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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와 미래학자가 진단한 2025년 한국교회의 핵심 키워드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와 ‘성도들의 마음의 병’이었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역사신학, 인천 흥광교회 담임)와 최윤식 아시아미래연구소 소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대담을 통해 마주했다. 강의와 저술 등을 통해 교회와 시대를 직조해온 두 학자는 이 자리에서 쇠퇴기에 접어든 한국교회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세대, 회개, 통일, 기술 활용 등 교회의 미래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2025년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장동민 교수= 목회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시대를 아는 제일 좋은 방법은 성도 중 가장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을 살피는 데 있다. 그들과 함께하면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교회 역할도 알게 된다.

 

△최윤식 소장=저도 같은 생각이다. 교회의 위기는 부자와 권력자들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됐다. 교회가 중산층 이상의 성도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정작 가장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을 외면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부흥은 늘 약자와 가난한 자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때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의 교회는 그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들을 다시 품는 것이다.

 

△장 교수=이렇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교회도 중산층 문화에 갇히게 됐다. 6·25전쟁 후 가난했던 기독교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금욕하며 부를 쌓았지만, 그 부가 경건함을 삼킨 것이다. 기성세대는 사회와 교회가 함께 성장하던 시대에 향수를 느낀다. 일명 ‘시간의 고향’이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그때의 이야기만 하고 쫓으니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 중산층 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작금의 교회는 가난한 사람에겐 전도도 하려 하지 않는다. 개척교회조차 일정 금액 이상 십일조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 교회가 이 틀을 깨지 않는 한 쇠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 소장=이미 중산층 혹은 부자 중에 예수 믿을 사람은 다 믿었다고 봐야 한다. 가난한 사람 빼곤 전도할 사람이 남질 않았다.

 


-특정 세대의 교회 이탈이 심각한데 극복할 방안은 무엇일까.

 

△장 교수=40대는 사회에서 가장 활동적인 세대지만 유독 교회에선 적응이 어렵다. 이념적으로는 교회 지도자들의 극우 성향이 부담스럽고 바쁜 일상 속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교회를 떠나게 된 경우가 많다. 회복된 교인 중에서도 40대는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의 자녀들 또한 부모 영향을 받아 교회를 멀리하고 있다.

 

△최 소장=50대 이상은 대부분 교회로 돌아왔지만 40대와 30대 후반은 회복되지 않았고 남아 있는 이들도 이탈 가능성이 크다. 40대가 진보적인 이유는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40대는 기성세대가 누린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반면 20대는 포기한 세대에 가깝고, 10대는 엑스세대 부모나 조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자라난 풍요로운 세대로 기존 교회에 전혀 관심이 없다.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틀에서 이들 세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장 교수=20대 후반 여성들은 젠더 전쟁의 중심에 선 세대다. 약 10년 전부터 성 정치에 눈을 뜨며 남녀 간 임금 격차나 고용 차별뿐 아니라 동성애자(LGBTQ) 이슈와도 연결된 정치적 의식을 갖게 됐다. 반동성애를 앞세운 기성 교회의 태도가 이들 여성에게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들 세대는 앞으로 40대보다도 기독교에서 더 멀어진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 소장=20~30대 초반 여성들은 독특한 세대로 신여성의 자각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며 젠더 전쟁을 겪은 첫 세대다. 이들의 변화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나타났지만, 교회는 이들에 대한 균형 있는 대응에 실패했고 무관심 속에서 갈등을 키웠다.

 

△장 교수=한국교회는 구한말과 일제강점 시절 반봉건과 반외세, 해방 이후엔 반공과 산업화, 친미를 앞세워 사회를 이끌었다. 이것들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고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얻는 동력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황금기를 지나면서 산업화와 반공 메시지는 시대 변화와 맞지 않게 됐다. 민주화와 IMF, 양극화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도 교회는 사회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젠더 문제 등 현대적 이슈를 ‘성경적’이라는 틀로 억압하며 대응하지 못했다. 교회가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 없이 이를 거부한 결과 장래는 더욱 어둡게 보인다. 시대 변화를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만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실패는 크다.

 

-두 분이 평소 강조하는 ‘회개’를 한국교회에 어떻게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최 소장=회개는 한국교회 회복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많은 신앙인이 “우린 회개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회개는 개인적 잘못을 주님 앞에서 돌이키는 것과 더불어 교회의 지체로서 공동체적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교회 안에서 누군가 잘못했을 때 그 잘못을 공동체의 죄로 보고 회개할 때 비로소 용서와 회복을 할 수 있다. 2024년에는 회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희망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회개를 목적으로 한 집회가 열렸고 심야·철야 기도회가 부활하는 교회들도 생겨났다. 공적인 기도 시간을 회복하려는 흐름은 한국교회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회개 운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2025년, 2026년에도 지속해서 확산한다면 한국교회의 진정한 부흥이 시작될 것이다.

 

△장 교수=회개는 성령의 주도 아래 이뤄져야 하며 보여주기식 운동이 돼선 안 된다. 회개의 본질은 죄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 회개의 핵심은 죄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 단순히 개인적 잘못만이 아니라 사회적 죄를 포함해 공동체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다윗이 밧세바를 범한 죄는 직권남용과 같은 사회적 죄와 연결된 사례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사회적 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회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데서 시작한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헌신했으며 큰 잘못이 없다고 여기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돌아봐야 한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이 왕조와 성전의 몰락 이유를 찾았듯 교회도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진정한 회개의 길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장 교수=주일학교와 일반 학교를 분리한 것은 큰 실수였다. 초기 선교사들은 교육을 통합적으로 운영했지만, 공교육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기독교 사립학교도 국가의 관리 아래 들어갔다. 공교육은 무신론과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이를 경험하며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점차 잃게 된다. 과거 교회 문화가 세상을 선도했던 시절에는 주 1회 교회 교육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앞서 나가고 교회는 뒤처져 있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주일학교를 회복할 수 없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며 가족종교의 틀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활용하면 학교 내 동아리를 만들거나 지역교회와 협력해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을 확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접근으로 다음세대와 공교육을 연결하는 것이다.

 

△최 소장=학업과 입시에 밀려 교회가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점은 교회 교육의 큰 과제다. 과거에는 주일예배 시간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학업과 학원의 압박으로 아이들이 교회와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현재 AI는 복잡한 과목도 인간 교사를 능가할 정도로 가르칠 수 있어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교회가 이러한 AI 학습 도구를 활용하면 아이들이 학원 대신 교회에서 공부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AI가 학습을 담당하면 교회 전도사나 교역자는 아이들의 학습과 신앙을 함께 코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핵심은 아이들이 교회에 머물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일을 부흥의 기회로 보는데 교회가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최 소장=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제로성장과 수축사회로 향하고 있지만, 통일이라는 외부 동력이 남아 있다. 통일이 이뤄진다면 독일처럼 경제와 사회가 재도약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저는 이를 부흥의 기회로 본다. 다만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통일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큰 충격을 동반한다. 독일도 통일 이후 경제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따라서 한국 사회와 교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이다. 통일은 경제적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자리와 재정을 나누고 함께 짐을 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가 이러한 희생을 주도할 수 있다. 정부와 비영리단체는 한계가 있지만, 교회는 남북교회의 통합과 영적 부흥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25년부터는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통일자금을 모으는 것을 넘어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 연구하고 이를 교인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교인들이 통일을 사모하며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쪽 교회의 영적 회복이 선행돼야 통일 이후의 부흥도 가능해질 것이다.

 

△장 교수=통일이 교회에 기회가 될지 의문이다. 통일 후 한국교회가 평양에 돈을 들여 대형 교회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빚을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북한과의 이념적 갈등이 통일 후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은 단순히 교회의 희생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최 소장=동의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부흥이 아니라 멸망으로 갈 수도 있다. 북한에서 신앙을 지키며 목숨을 바친 이들이 통일 이후 타락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통일을 미루고 계신 것 같다. 앞서 한국교회에 순수한 신앙의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마치 유대인들의 포로기 부흥처럼 말이다. 재정적 규모나 교인 숫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본질적인 신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한국교회가 지금 쇠퇴를 겪는 이유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자신감과 물질 의존을 내려놓게 하시려는 뜻일 수 있다. 통일과 부흥은 이 과정을 거친 후에 가능할 것이다.

 

△장 교수=수축이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단순히 쪼그라드는 것이냐 아니면 그 과정을 통해 정신 차리고 변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후대 지도자를 제대로 키워야 하는데 현재 신학생들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 정말로 교회가 완전히 내려앉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두 손 들고 엎드릴 때 기회가 올 것이다. 포로기 부흥이 그랬다. 왕조가 무너졌지만 그때 성경을 다시 발견했고, 예레미야와 에스겔 같은 인물들이 바른 이야기를 전하며 숨어있는 제자들을 찾아 키웠다.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최 소장께서는 교회의 데이터 활용을 강조하는데 구체적 방안이 궁금하다.

 

△최 소장=확장기 때와 달리 수축기와 쇠퇴기에는 숨은 해법과 가능성을 찾는 데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인구 구조를 보면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가령 어떤 곳은 출산율이 0.6명으로 매우 낮고 다른 곳은 2명에 이르는 차이가 있다. 이런 다양성을 무시하고 모두 같은 방법으로 목회를 하면 안 된다. 과거에는 모델교회를 찾으려면 큰 교회를 참고하면 됐다. 큰 도시에 있는 교회를 소규모로 축소해 흉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지역 내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사역하는 교회를 찾아야 한다. 데이터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역과 할 수 없는 사역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제 한 교회가 모든 세대를 다 아우르는 것은 어렵다. 지역에 따라 인구 구조와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역을 선점하려면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목회자가 교회의 사명을 발견하는 데 데이터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장 교수=과거에는 교회가 노인과 아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공동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산층화된 교회는 더는 보편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교회에 속하지 못한 많은 그룹이 배제됐다. 이제 교회는 소외된 그룹을 찾아 나서야 한다.

 

△최 소장=100세 시대에는 은퇴자와 노인 전도가 중요하다. 60~80대는 죽음을 더 자주 생각하며 신앙을 찾거나 교회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회가 이를 강조하면 “교회가 더 늙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과거 교회는 아이들을 과소평가했지만 지금은 노인을 과소평가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소멸지역에서도 발상을 전환하면 마을 전체를 복음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은퇴 나이를 조정하기보다 은퇴 목회자들이 소멸지역에서 사역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목회자가 65~70세로 소멸지역에 가면 가장 젊은 목사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사역의 기회가 된다.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는 담임목사 은퇴 과정에서 교회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며 발생한다. 은퇴 시점과 재정 문제가 핵심 원인이다. 한국교회는 양적 감소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충격이 예상된다. 교회는 이를 자초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2025년 한국교회의 키워드를 꼽아달라.

 

△장 교수=“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이다(롬 12:15).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어렵다.

 

△최 박사=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마음의 병’이다. 성도들, 특히 젊은 세대가 극심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교회는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말씀을 통해 새길을 제시해야 한다.

 

 

“함께…치유” 역사와 미래로 한국교회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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