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진 기자]
지난 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교단의 목회자와 교인 20여 명이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의 이름으로 고신 총회 회관 앞에서 손현보 목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내세워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고신 교단 소속 손현보 목사(부산 세계로교회)의 행보를 비판했다. 또한 손 목사가 설교를 선동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정치적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며 그의 징계를 요구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2월 21일 현재 2000명 넘게 서명한 상태다.
다음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양낙홍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은퇴)와 21일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 손현보 목사가 주일 예배를 정치 집회로 대체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특히 고신 교단처럼 예배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보수 교단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설교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선전장이 돼선 안 된다. 이는 교회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성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 손 목사가 최근 설교에서 특정 정치인을 직접 거명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설교 제목에까지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언급됐다면, 그 내용은 보나 마나 정치적 선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예배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며, 목회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경건한 시간이어야 하며, 정치적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
- 손현보 목사가 지난해 10.27 집회를 주도하면서 주일예배를 사실상 정치 집회로 대체했다. 이는 코로나 시국 당시 현장 예배를 고수했던 그의 입장과도 모순되는 것 아닌가?
"맞다. 그는 코로나 시국 때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하며, 가정에서의 예배는 온전한 예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화문 집회를 예배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명백한 자기 모순이다. 신앙적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예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 일관성과도 관련된 심각한 문제다."
- 손현보 목사는 부산 세계로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목회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에 대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도 있지 않나?
"교회를 크게 성장시켰다고 해서 반드시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형 교회의 성장 요인은 다양하고, 정치적 이슈를 활용한 교회 성장도 종종 있다. 예를 들면 극단적 주장을 내세우면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교세가 급격히 확장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단순히 교회를 성장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신망이 두텁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목회적 방향성과 신학적 정체성이 교회의 본질을 지키는 데 충실했느냐는 점이다."
- 최근 개신교 내에서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팩트체크 없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로마서 10장에서 바울이 유대인들을 향해 지적한 바와 같다. 바울은 '그들에게 열심은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다(롬 10:2)'라고 했다. 신앙적 열정이 있어도 진실을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기독교는 진리와 정직을 강조하는 종교인데, 일부 목회자들이 이를 망각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왜곡된 역사 해석 같은 가짜뉴스가 교회 내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신앙은 감정이 아니라 진리에 근거해야 하며, 교회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저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정치적 신념을 앞세워 특정 정권을 축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신앙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기독교는 특정한 정치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무속적 요소가 강한 정권에 대해 비판 없이 축복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목회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하며, 그들의 설교와 행동이 복음의 본질과 일치해야 한다."
- 일부 목회자들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특정 정치 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심지어 무속적 요소가 있는 정권을 맹목적으로 축복하는 것은 신앙적으로 매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교회는 정치적 줄서기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신앙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 개신교는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적 이념에 휩쓸려 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는 것은 신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진실과 정직성을 회복하고, 이성을 기반으로 한 신앙을 확립해야 한다.
교회가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휘둘리는 것은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신앙인들은 무엇보다도 진리를 사랑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하며,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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