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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왜 극우 집회 주도할까

사회

by 김경호 진실 2025. 2.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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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이자 시민사회활동가인 구교형 복음주의교회연합 회장(58)은 십수 년 전부터 전광훈 목사를 주시해왔다. 이른바 ‘빤스 발언’ 등으로 입길에 오르던 전 목사가 이명박 대선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을 창당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하던 때였다. 아직 대부분 사람에게 전광훈이란 이름은 낯설었다. 그러나 구교형 회장에게는 전 목사의 위험성이 “너무 확실하게 보였다”.

전광훈 목사가 한국 사회에 불을 놓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구 회장은 그의 불장난이 좀처럼 멎지 않는 까닭이 전 목사뿐만 아니라 한국 개신교 전반의 타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반공주의와 맹목적 친미, 동성애 혐오를 정치세력화를 통해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압박 끝에 전 목사가 무대에서 퇴장하더라도 ‘제2, 제3의 전광훈’은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고 구교형 회장은 내다봤다.

 

오래전부터 전광훈 목사을 주목했다. 2010년께 그의 기독교 정당 운동을 비판했다.

그때부터 전광훈 목사가 이럴 것 같았다. 일찌감치 확실하게 조짐이 보였다.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이분(전광훈)은 기독당 운동에 참여한 다른 목사들에 비해 아주 신예였다. 군소 교단 소속이고 교회도 그리 크지 않았으나 무척 거친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기독당 운동의 주된 내용은 ‘세상이 너무 많이 썩었으니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자’는 것이다. 기독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윤리, 풍조를 악으로 규정한다. 가령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 ‘이슬람과 화해하고 평화를 지키자’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악’과 어떻게 타협하겠는가?

개신교 극우는 특히 반공·반북·반중 정서를 보인다.

교인 상당수는 북한을 단순한 적대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사탄으로 본다. 1세대(교인)는 직간접으로 한국전쟁을 경험했고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 각인되어 있다. 공산주의란 단순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상의 모양을 한 종교 세력’이라는 생각이 공유된다. 과거에는 사탄이 종교적 우상 형태로 출현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모습의 우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세계경제가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니 분노 표출의 대상을 찾는 것 같다.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 중국인(중국 동포)이 대상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중국에 맞서 미국-이스라엘을 잇는 ‘자유와 기독교의 나라가 돼야 한다’ ‘복음의 나라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어 간다.

교회나 개신교 계열 단체가 극우 집회를 주도하는 까닭은?

레드콤플렉스에 젖어 있거나 사회변화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은 교회 밖에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교회는 그 목소리를 한데 모을 조직력이 있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텍스트, 곧 성경이 있다. 최근 주된 코드는 동성애 혐오다. 지난해 10월27일 ‘한국교회 연합예배’ 집회에서 보듯, 근래에는 반동성애의 기치 아래 한국 교회가 일치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 입문 전 윤석열은 (극우)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집권하고 보니 반공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집권 기간 틈틈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북한과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꾸준히 반성평등적 주장을 펼쳤다. 침묵하고 있던 전통적 보수가 ‘저 사람 믿을 만하네’라고 마음을 준 계기가 됐다.

 

전광훈 이전에 이들을 조직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나?

이승만 전 대통령 본인이 그 역할을 했다. 그는 ‘청교도의 나라 미국에서 기독교는 국교와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잇는 하나님의 나라다. 그 길을 따라가는 게 대한민국이 살길이다’라는 생각을 지녔다. 이 전 대통령 재임기에 국회는 개회 기도를 하고 대통령은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이 밖에도 굉장한 특혜를 두루 받았다. 교계는 정치권력을 교세 확장 수단으로 삼았다.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성품이 훌륭한 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분 역시 국가권력을 통해 종교를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권은 종교를 이용해 스스로 정당화하려 했고, 개신교계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개신교가 일약 국내 최대 종교로 올라선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왜 적극적으로 ‘전광훈류’와 선을 긋지 않는가?

노년층 보수 목사들은 기본적으로 진보정치 세력에 대한 혐오감이 있다. 그중에서는 직접 정치운동을 한 사람도 있다. 한번 정치운동을 한 사람은 힘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망을 끊을 수 없다. 그들과 달리, 생리적으로는 보수인데 그걸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형 교회에서 ‘설교만, 목회만 열심히 하고 세상에 신경 쓰지 말자, 하나님이 지켜주실 거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범기독교권에 퍼지고 있다. ‘말세다’ ‘망조가 들었다’는 것이다. 전광훈이 아무리 개ⅩⅩ이라도, 윤석열이 아무리 독재 흉내를 낼지라도 ‘하나님의 질서’를 깨트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죄 가운데 유독 낙태, 동성애를 지목해 자기들이 정죄한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목사들의 유튜브 설교가 인기를 끈다.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개별 교회로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광훈 등의 설교를 들은 교인들이 자기 교회 장로, 목사에게 ‘세상일에 무관심하면 하나님에게 벌받는다’고 말을 한다. 목사가 일단 억지로라도 집회에 나가고 시위를 하면? ‘우리 목사님에게 용기가 생겼다’ ‘훌륭한 투사가 되셨다’는 칭찬을 듣고,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여기에 점점 맛 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전광훈이 체포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그나마 전광훈은 많은 이들에게 ‘딱지’가 붙어 있다. ‘너 전광훈 편이야?’라며 꺼리는 교인들이 아직은 적지 않다. 10월27일 예배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 같은 인물은 그런 딱지가 붙어 있지 않다. 훗날 그가 전광훈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교회가 변할 수 있을까?

한국 교회는 어느 정도까지 계속 쇠퇴할 것이다.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고, 그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살릴 수 있는 집은 리모델링해서 쓰지만 고칠 수 없으면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다. 교회는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회’를, 권력을 통해 관철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건 예수님의 길이 아니다. 예수님이 빌라도(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유대 지역 총독)나 로마 황제와 연대해 정치권력으로 사회를 정화하려 했나? 아니다. 늘 사회적·정치적 사건에 민감했지만 정치권력이 되지는 않았고, 용서와 희생과 사랑을 통해 당신은 죽었다. 우리는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정치세력화야말로 목표를 이루기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이 아닌 길을 택하는 교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한국 교회는 왜 극우 집회 주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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