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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진영 아닌 진리로 돌아가야

사회

by 김경호 진실 2025. 11. 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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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정치적 극단화 논란과 신뢰도 하락 속에서, 교회가 다시 본질과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혼돈과 위기의 시대, 한국교회의 희망의 길 찾기’를 주제로 11월 6일 서울 신길교회에서 열린 ‘2025 한국교회, 열린 토론 광장’에서다.

목회자와 신학자, 미래학자, 청년사역자 등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한 이날, 그동안 한국교회가 회피해온 정치와 사회 등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현실적이고 솔직한 의견이 오갔다.

진행을 맡은 이기용 목사(신길교회)는 “목회자가 사회 문제에 침묵하면 비겁하다고 비판받고, 목소리를 내면 정교분리를 말하며 공격받는다”라며 “교회 지도자들이 균형 잡힌 시각과 열린 태도로 소통하고 시대정신 속에서 희망의 길을 함께 찾는 것이 목표”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최근 개신교 신뢰도가 14%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교회가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토론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발언은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의 진단이었다. 그는 “교회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라며 정치적 참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참여 방식의 왜곡’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 목사는 “정치는 성도들이 살아가는 ‘물’과 같은 환경이기에 목회자는 그 물의 오염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라며, 정치·정책이 이웃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목회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성경적·선지자적 정치 참여는 ‘진리 중심’이어야 하는데 병든 교회의 정치 참여는 ‘진영 중심’으로 흘러간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세상 속에서도 보편가치로 드러나야 한다면서, 교회가 자유·인권·박애·평등·평화·사랑·정의 등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실천할 때 비신자에게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특정 정파·이념과 동일시되는 순간, 교회는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거룩하고 보편적인 사도적 교회”의 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다른 패널들도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우려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김문훈 목사(포도원교회)는 최근 같은 고신 교단이자 부산 지역 동역자인 손현보 목사의 구속 사태를 언급하며, 정치적 메시지 방식에 대한 내부적 자성을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가 정치 문제에 대해 성경적 원리와 방향만 제시해야지, 성도에게 ‘정답’을 빨리 주려 하면 갈등이 폭발한다”라면서 “정치에 민감하게 개입하다 보면 정당과 정치인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교회가 상처만 입는다. 서두른 정치적 메시지는 교회 분열과 혼란을 키운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은 각기 정치적 성향과 필요가 다른데, 목회자가 한쪽만 대변하듯 말하면 이동과 분열이 일어난다”라며 “성숙한 정치 문화가 형성될 때까지 목회자는 원칙과 말씀 중심의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도 “교회는 세상을 향해 더 높은 차원의 성경적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교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고, 박성민 목사(CCC 대표) 역시 “교회는 좌·우도, 중도도 아닌 ‘위(上)의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성경적 원칙을 제시하되 각 성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장동민 교수(백석대)는 교회와 정치가 역사적으로 분리될 수 없음을 설명하며, 문제는 시대정신에 대한 분별력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산업화 과정에서 교회가 시대의 과제를 옳게 읽고 참여했을 때 사회적 신뢰와 부흥이 뒤따랐으나 민주화 시기 이후 시대정신을 놓치면서 교회가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가장 고통받는 자와 함께하는 것”이라 정의하며, AI·글로벌 격변기 속 교회의 사회적 상상력 회복을 요청했다.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도 “정치 영역 역시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기 때문에 교회와 성도에게 분명한 책임과 사명이 있다”라면서 “국가의 미래와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성도는 성경적 사명감을 가지고 바른 정치 변화를 위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번 토론 광장은 한국교회 극우화 논란 속에서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던 현장의 대표적 목회자들이 정치의 진영화와 복음 왜곡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보편적 하나님 나라 가치가 사회 속에서 실천될 때 신뢰가 회복되고, 시대정신을 분별해 약자와 함께하는 선지자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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