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범 목사(서울은천교회)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 가운데 나는 이십 대 초반, 아직 모든 것이 서툴던 시절에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부교역자로 여러 교회를 거쳤고 2001년부터 지금의 교회에서 담임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날도 있었고, 사명은 분명한데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특별히 잊을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날 즈음,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던 때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목회자였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나약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연약함 가운데 기도원이 있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탈진해 있었고, 그저 하나님 앞에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한 말씀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사 40:31) 그 말씀은 단순한 구절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내 상황을 길게 설명하지 않으셨고, 문제를 즉시 해결해 주지도 않으셨지만 분명히 말씀 하셨습니다. 나는 그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첫 딸의 이름을 ‘새힘’이라 지었습니다. 그 이름에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한 목회자를 다시 회복시키신 하나님의 은혜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아이는 자라 세 명의 손주를 제게 안겨 주었고 그 가정을 통해 믿음의 사역이 계승되고 있습니다. 한 구절의 말씀이 한 사람을 일으키고, 한 가정을 세우고, 또한 다음세대로 이어지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나는 삶으로 경험했습니다.
목회의 길에서 낙심될 때마다 나는 엘리야 선지자를 떠올립니다. 갈멜산의 승리 이후에도 그는 쓰러졌습니다. “나만 남았습니다”라고 절망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 보이지 않지만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오늘의 나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위로입니다. 사명의 길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하나님은 이미 칠천 명을 남겨 두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름없이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는 동역자들, 빛나지 않아도 같은 주님을 바라보며 믿음 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성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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