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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인간: 신선놀음은 끝났다

경건

by 김경호 진실 2016. 3. 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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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신선놀음이다. 그만큼 한가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달랐다. 긴장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한판을 겨우 이겼지만 결과는 인간의 완패였다. 사실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속된 표현이지만 아무도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알파고가 괴물임을 진정 알지 못했던 것일까?

알파고는 ‘머신러닝’(기계학습) 프로그램이다. 입력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원리를 파악하여 새로운 전략을 짜는 능력을 갖춰 가장 인간의 지능을 닮았다고 평가된다. 알파고엔 바둑을 ‘1000년 학습’한 것과 같은 프로기사의 기보 3000만건이 입력됐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 ‘1202개의 CPU’가 ‘무제한 훈수꾼’ 역할을 한다. 어떤 고수보다 천 배 빠르게 초당 10만개의 수를 계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를 아는 IT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완패를 경고했다고 한다. 과연 <구글>은 무엇을 위해 백만불이나 걸고 이런 이벤트를 벌인 것일까 궁금하다.

대체로 기술은 구매력 있는 1%의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다고 한다. 알파고를 7000억원에 산 <구글>은 인공지능 개발에 수 조원의 투자를 했다고 한다. 과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누구에게 가장 유익이 될 것일까? 사실 우리는 이 기술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검색어를 한두 자만 타이핑해도 완성해 띄워주거나 스팸메일을 분류해내는 기술이 그것이다. 자동운전이나 번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투자와 경기예측, 질병의 진단와 치료법 제시 등에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술은 주는 것이 있으면 빼앗아가는 것이 있다. 알파고는 바둑의 즐거움을 앗아갔다. 알파고는 이기고도 기뻐할 줄 모르고 져도 당황하지 않는다. 놀이는 인간의 본질인 자유의 표현이다. 알파고엔 그것이 없다. 게임이 아니라 계산일 뿐이다. 계산만 남은 바둑은 놀이가 아니다. 신선놀음이 끝난 것이다. 그것은 스포츠도 문화도 아니고 산업기술일 뿐이다. 게놈지도가 인간이 아닌 것만큼이나 알파고는 바둑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인간에게 세계를 다스리는 능력을 주셨다. 기술은 그 선물을 개발한 열매이다. 기술이 인간성을 억압하게 되면 선하다 할 수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운명을 예측하거나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바벨탑이다. 기계가 인간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힘에 압도되어 인간성을 잃은 우상숭배가 위기의 핵이다. ‘신체의 연장’인 기술과 기계는 삶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전지전능한 기술이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허황된 꿈에 불과했다.

항상 경이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그에 대해 낙관과 비관적 전망이 나오곤 했다. 알파고가 인간을 이겼다는 충격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가 팽배하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도 인공지능에 대해 윤리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원자탄을 개발한 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개발자 자신이 이런 경고성 발언을 할 때에야 더 할말이 필요 없다. 그가 이 기술의 함축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실제로 우려되는 것은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컴퓨터인 ‘스카이넷’이 아니다. 모든 것을 기계에 맡기고 생각 없이 즐기려는 인생이 더 위험하다. 이른 아침 출근길 지하철 틈바구니에서 스마트폰과의 고스톱에 넋 나간 사람의 모습이 그런 조짐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고와 노동을 덜어줄 것이다. 하지만 자유와 책임을 대신 해줄 수는 더욱 없다. 소크라테스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바둑이 신선놀음이라는 말은 민담에서 나왔다. 한 나무꾼이 산 속에서 신선들의 바둑 구경을 하다 돌아가려 도끼를 집었는데 자루가 썩어 있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보니 동네는 완전히 변했고 아는 이도 없었다. 어떤 노인에게 자기 이름을 말하니 자기 증조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게임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제 신선놀음은 끝났다. 인간다움을 지킬 책임이 남았을 뿐이다.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9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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