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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캄펜신학교 심방 실습 과정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16. 10. 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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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캄펜신학교 심방 실습 과정

성유은 목사후보생1)

(네덜란드 캄펜신학교 석사 3학년)

석사 3학년 초기에 우리는 약 10주 정도의 기간 동안 목회실습을 가진다.2)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당 교회 담임목사 사택에서 먹고 자며 그 교회 ‘담임목사’처럼 목회한다. 그리고 교회 담임목사는 학생의 멘토가 되어 교회에서 할 일을 도와주고 조언해 준다. 실습은 총 다섯 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설교와 예배, 심방, 교리공부, 교회건설과 당회, 그리고 자기계발이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실습 목표를 파트 별로 정한다. 각 파트마다 목표가 여러 개 있는데, 자기에게 해당되는 것들을 체크해서 미리 제출한다. 그리고 실습이 끝나면 각 파트 별로 해당 교수님 혹은 선생님과 담당 목사님으로부터 평가와 조언을 받는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캄펜신학교에서 경험한 실습과정 중 ‘심방’ 파트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것을 배웠는지에 대해 적고자 한다.

리포트

심방은 목사님께서 갈 만한 가정 혹은 개인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학생에게 해당 가정의 연락처와 주소를 주신다. 내가 받은 사람들의 목록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이나 젊은 부부에서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이혼당한 아저씨부터 행복한 가정까지, 병원에 입원하신 분부터 퇴원하신 분까지 여러 상황에 처한 분들을 대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었다. 첫째 주는 목사님과 함께 심방을 하며 어느 정도 감을 익히고, 둘째 주부터는 혼자 심방하게 된다. 실습을 하면서 우리는 리포트를 계속 쓰게 되는데, 심방 파트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썼다.

첫 번째로는 매주 한 번 씩 문자 그대로 심방의 과정을 그대로 쓰고, 두 번째로는 각 심방마다 자기를 평가하는 리포트를 썼다. 첫 번째 리포트에서는 말 그대로 심방을 하며 오고 갔던 말들을 순서대로 서술하며, 대화를 하며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속으로 생각했던 것들 또한 적는다. 대개 한 가정에 심방은 한 시간 정도를 하니 모든 대화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쓰기는 어렵지만 대략 대화의 흐름과 나의 생각들은 적을 수 있었다. 또한 심방 중에 녹음을 하는 것은 금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심방하는 동안의 집중력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첫 번째 리포트를 쓰고 난 후에 두 번째로 자기를 평가하는 리포트를 쓰는데 여기서는 첫 번째 리포트를 보면서 내가 심방할 때에 왜, 어떻게 그 행동을 했는지와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분석하고 학교에서 배웠던 대화기술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기도를 어떻게 하였으며 어떤 성경본문으로 어떻게 권면했는지, 그리고 실습 전에 체크한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적는다.

심방 과정

심방은 대개로 한 시간 내로 한다. 만약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그 교인과 다시 약속을 잡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심방은 대체로 먼저 안부인사로 시작된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생활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는지 등. 다음은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고민은 없는지, 교회생활에 대해 힘든 점은 없는지, 구역 안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는지 등. 교회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들어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말씀을 읽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대개 먼저 교인들에게 읽고 싶은 본문이 있는지 물은 후, 있으면 그 본문을 읽고, 없으면 내가 찾아서 방금 대화했던 내용과 관련이 있는 부분을 읽고, 기도로 심방을 마친다.

2가지 사례

실습을 하는 동안 혼자서 하는 일이 많지만 또한 매주 마다 목사님과 대화를 하며 심방과정이 어떠한지를 함께 나누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심방은 특히 위에 말한 다섯 번째 파트인 자기계발과 관련이 많기도 하다. 자기개발 파트에서는 학교 교수님이 아닌 감독(일종의 supervisor, 소위 자기계발을 돕는 사람)을 지정 받아 2명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두 주간에 한 번씩 만나 3시간동안 10번의 상담을 한다. 이때 학생들은 미리 2주간 동안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거나 어려운 상황이나 힘들었던 부분들에 대해 분석한 것을 메일로 주고받고, 상담 시간에는 그 부분들에 대해 함께 나눈다. 이때 우리 팀은 심방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난처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한 학생은 예를 들어 심방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심방 받은 분이 그 학생의 설교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다시 거실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그 학생은 30분 동안 그분의 설교(?)를 들어야 했고 결국 자신감이 바닥을 칠만큼 잃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듣던 우리 감독은 그 학생을 혼내었다.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상황에서 그 학생은 이미 잠바를 입고 그 집을 나서는 상태였고 또 약속된 한 시간이 다 지났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만약에 심방 받은 교인이 심방 중에 설교 이야기를 꺼냈더라면 괜찮지만, 심방이 다 끝난 후 마지막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하기에는 이미 늦은 타이밍이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차라리 그 상황에서 그 분께 ‘죄송하지만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급하지 않으면 다음에 이야기 하거나 메일로 주시지요.’ 라고 하는 것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상대방의 의도에 넘어가지지 않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심방을 하는 것이 좋다거나 또는 옳다는 원칙은 없다.

내 경우에는 최근 이혼을 당하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한 한 남자 교인을 심방하였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였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긴장을 잔뜩 한 채 벨을 눌렀다. 그런데 문 뒤에는 아주 평범하게 미소 짓고 있는 한 아저씨가 서 있었고, 그 뒤로는 신나는 라틴음악이 거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의아해 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왜 이런 음악을 틀어놓았을까?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 속으로 궁금했지만 끝내 질문하지는 않았다. 괜히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까 봐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에 중간 평가 기간이 되어서 심방 파트를 담당하시는 교수님과 면담이 있었다. 교수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 사람의 입장이 난처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직집적으로(to the point)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때 교수님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간접적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었다. 물론 대화기법에 여러 가지 형식이 있지만 교수님께서는 직설법을 나에게 조언해 주셨다. 심방 받는 사람은 이미 내가 목사로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괜히 말 돌리지 말고 그 상황을 직면하도록 만들라고 조언해 주셨다.

배운 점

나는 개인적으로 심방실습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먼저 설교와 심방의 밀착성에 대해 배웠고 목회에 있어서 심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았다. 주일날 설교가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서 주석 여러 개 펼쳐놓고 쓴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중에 교인들을 돌보면서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느껴야 자연스럽게 설교다운 설교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교인들의 고민과 걱정이 무엇이고 어떤 삶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를 보지 못하면 설교는 단순히 일방적으로 허공에 떠다니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주 대략 4가정씩 심방하면서 교인들에게 필요한 말씀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설교를 작성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심방 또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무슨 목적으로 심방을 갈 것인지 미리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목표는 실제 상황에 따라 유기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심방 목적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위로, 감사, 가르침, 이해, 격려, 하나님과의 화해 등 때에 따라 목적은 다양하지만 그것을 분명히 해서 가면 대화가 또한 깊이가 있고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배운 것은 심방할 때 목사는 듣기만 해도 교인들에게 큰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목회자들의 함정은 자신이 무엇인가 계속 이야기를 하고 말씀으로 주입시켜야 자신이 심방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인들은 목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많은 경우에 들으면서 공감해주는 것이 백 마디의 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교인들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속마음을 살피는 것이야말로 목회자의 기본적인 심방 자세임을 배웠다.

맺으면서

위의 두 사례에서 본 것 같이 화란 개혁교회의 심방에서는 사람을 대하고 대화를 나누는 법이 비교적 직설적이고 자기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심방 상황은 네덜란드와 문화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거리이며, 심방의 한 형태로서 각 지역 교회와 가정의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심방은 목회자의 사역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말씀과 함께 가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인들의 삶을 알 때에 비로소 가슴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 또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함으로서 교인들을 진지하게 대하고 그들의 삶과 신앙의 고민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목회자는 성공한 목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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