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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시대?!

장대선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9. 8. 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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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시대?!

장대선 목사(방현교회)

 

일본을 대표할만한 지식인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지식인으로 오마에 겐이치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일본 대학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비판하기를 “이미 답이 주어져 있는 교육의 실패”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정답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으로 인한 창의성 상실을 일본 교육의 근본적인 실패요인으로 언급하는 냉철한 통찰입니다. 우리들의 귀에 익은 용어로는 ‘주입식 교육’의 실패라는 것입니다. 답이 뻔히 주어진 상황에서 그것 자체를 열심히 암기하고 숙지하는 것이 되어버린 교육의 문제점은 비단 일본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며, 그 배경에는 항상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이 깔려 있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은 양국의 상황이니, 오마에 겐이치의 비판은 우리 대한민국이 이미 직면했거나 앞으로 직면할 문제 즉, 창의성과 자주성의 부재에 대한 비판으로도 전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에 겐이치가 주장하는 교육정책의 문제가 관료주의로 일관된 일본사회에 제대로 반영되기 쉽지 않은 것처럼, 한국사회의 교육정책에서도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성 교육의 정착은 여러 요인들에 의해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사회가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학벌을 중심으로 하는 성공지상의 풍토를 개혁하지 못하는 한 겐이치의 비판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독교에는 이미 창의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창의적 목회’, ‘창의성 있는 제도개혁’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마도 창의성 있는 다양한 접근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되는 곳이 바로 기독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유럽보다는 북미를 중심으로 시도되는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도들이 거의 직수입되는 것이 한국 기독교의 상황이라 해도 과언만은 아닙니다. 심지어 미국의 윌로우 크릭이나 크리스탈 처치의 예배실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한국 기독교의 모습입니다. 교회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러한 창의성 측면에서는 한국의 일반교육보다 기독교교육이 더 앞서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독교 교육이 양산하는 신앙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평판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즉, 조직교회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과 시도들이 도입되고 있는데도 그러한 교회들이 양산하는 기독교 신자들의 사회적 평판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창의적인 프로그램은커녕 제대로 된 교육조차 시행되지 못했던 시기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평판만 못한 오늘날의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신앙이란 단순히 창의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신앙(종교)의 문제에 있어서 답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답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이란 단순히 정답이 주어지지 않고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정답을 스스로 사고하고 찾아가는 주체성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는 마땅히 답이 주어지지 않는 창의적인 종교가 아니라 분명하게 답이 주어지는 종교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답을 ‘진리’라고 부르는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신 진리이며, 신앙과 삶의 유익한 답안으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특히 장로교회에는 항상 『신앙고백서』라는 신앙의 표준이 있어왔고, 이를 교회헌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교회의 교인들은 성경의 진리 밖에서 자유롭지 않고 항상 성경의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무엇이건 해보고 나름대로 답을 찾는 답이 없는 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진리대로 행하고 그 밖을 넘어서지 않는 답이 있는 시대를 여전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개혁이란 끊임없이 부수고 새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우고서도 다시 쓰러지고 마는 연약한 우리를 끊임없이 다시 세우는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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