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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후예들이 아르미니안 또는 로마 가톨릭?

라은성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21. 4.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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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후예들이 아르미니안 또는 로마 가톨릭?

아르미니안주의ㆍ로마 가톨릭주의를 극복해야 진정한 의미의 종교개혁

라은성 교수 / 국제신학대학원(교회사) (wanglee@newsmission.com)

 

490주년을 맞이하는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있지만 주위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운동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신학교들에서도 형식적이고 실천적인 대안들만 내어놓는 경우가 많다. 적용부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은 그야말로 혁명적이었기에 적용도 다양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급진적 종교개혁’(Radical Reformation)이었다. 적용에 치중하다보니 스위스의 ‘재세례파’나 독일의 ‘농민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진정한 종교개혁은 우선적으로 바른 신학이 정립되는 것이었다. 정밀하고 전문적인 카메라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여 흔들림 방지를 위한 카메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전문가들은 숨을 죽여가면서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심혈을 기울인다. 종교개혁 이론을 카메라 촬영에 비유하는 것이 다소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단순히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위한 실례일 뿐이다.

분명한 이론이 없을 때 적절한 실천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신학이 분명하지 않으면 그 방향을 잃거나 목적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아니 기독교라는 의미마저 상실할 수 있다.

한국의 장로교, 개혁파의 후예임에도 변질된 장로교 되고 말아

이 주제에 나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싶다. 종교개혁에서 일어난 프로테스탄트, 즉 흔히 개신교는 크게 세 부류였다. 하나는 루터란(Lutheran), 개혁파(Reformed), 그리고 앵글리칸(Anglican)이었다. 광의의 기독교 안에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외에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도 포함시킨다. 나는 이 가운데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변화된, 즉 종교개혁이 적용된 개혁파에 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한국교회 중 장로교는 개혁파의 후예라 할 수 있는데 장로교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교파는 나름대로의 신학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정체성이 없는 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대범하고 관용적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뼈 없는 생물체에 불과할 것이다. 결론적인 말이지만 한국 장로교는 ‘개혁신학적’이라기보다 ‘아르미니안’(arminian)이라 말하고 싶다. 이 말은 한국 장로교는 정통 장로교가 아니라 변질된 장로교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문화에 잘 적응된 장로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변질된 장로교’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아르미니안주의(arminianism)는 주후 529년 오라예 종교회의(synod of Orange)에서 이단으로 정죄 받은 ‘세미 펠라기안주의’(semi-Pelagianism)와 별 다를 바 없다. 점점 어려운 신학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용어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타내려는 의도를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미 펠라기안주의는 곧 ‘신ㆍ인 협력설’(synergism)이라 할 수 있다. ‘신ㆍ인 협력설’이란 곧 로마 가톨릭주의를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주의 요소를 쉽게 받아들이는 한국교회

이제 이상의 신학용어들을 한 데 묶어 살펴보자. 오늘날 한국교회는 로마 가톨릭주의에 기초된 프로그램들이나 용어들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한다. 실례로 공동체, 영성, 관상기도, 성직자, 수제자, 성전, 사순절 등등을 들 수 있다. 한국교회에 로마 가톨릭주의 요소들이 쉽게 눈에 띈다는 것은 그만큼 로마 가톨릭이라는 측면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겉으로 그렇다고 해서 속내까지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으나 보다 심사숙고하면서 내면을 관찰해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로마 가톨릭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로마 가톨릭주의는 근본적으로 ‘신ㆍ인 협력설’을 기초로 한다. 이 말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분이 은혜를 베풀 때 인간이 협력해야 구원 사역이 성취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역에 우리가 동역자가 되는 셈이다. 하나님의 역할보다 인간의 역할을 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것과, 우리가 하나님의 사역에 협력한다는 말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계속하여 살펴보면, 은혜를 베풀 때 반응하여 선행을 행하면 그것의 보답으로 큰 은혜를 받는다. 그 큰 은혜에 보답하여 또 선행을 행하면 더 큰 은혜를 받는다. 가시적인 복을 받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사역에 인간이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시적 복을 누리는 자는 하나님께 많은 협력을 했기 때문이다. 또 자랑하고 남을 무시하는 경향을 갖는다. 타인에게 ‘나처럼 믿으라! 그러면 이런 복을 받는다!’고 외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기복신앙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세미 펠라기안적이거나 아니면 로마 가톨릭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혁파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적, 아르미니안주의

이런 사상과 너무나도 쌍둥이처럼 생긴 사상이 바로 아르미니안주의다. 아르미니안주의는 흔히 개혁파 내부에서 일어난 ‘파벌’(faction)이라 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개혁파를 음해하거나 무너뜨리려는 로마 가톨릭의 간계였다. 다소 의아하게 생각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아르미니안 논쟁을 이해하려면 당시 네덜란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흔히들 아르미니안 논쟁을 조직신학적으로 살피기에 예정론 논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는 개혁파의 붕괴를 위한 논쟁이었다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필립 2세는 네덜란드를 더욱 강력하게 로마 가톨릭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1568년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1648년에 이르기까지 80년에 걸친 네덜란드 독립운동이 되었다. 이 가운데 아르미니안 논쟁이 일어난다. 남부의 로마 가톨릭은 북부의 칼빈주의, 즉 개혁신학을 삼키려고 잔인하고 혹독한 방법으로 또 무력으로 침략을 시도했다. 이에 맞서서 ‘거지 떼’라 불리는 사람들은 로마 가톨릭, 즉 스페인의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했다.

한편 북부에 거하는 자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겉은 개혁신학, 즉 칼빈주의였지만 내부는 로마 가톨릭주의를 신봉하고 젖어 있던 자들이 있었다. 이름뿐인 기독교인처럼 말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자가 바로 아르미니우스였다. 그의 이름을 따서 ‘아르미니안주의’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아무튼 그는 로마 가톨릭 배경을 가졌고 영향을 받은 자였다. 그를 따르는 자들 역시 로마 가톨릭 배경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은 독립전쟁을 지양하고 남부와 더불어 하나가 되기를 노력했던 자이다. 로마 가톨릭주의로 귀환하자고 하는 것과 같은 의도라 여겨진다.

아르미니안주의가 로마 가톨릭적이기에 개혁신학의 후예들을 비롯한 영국의 청교도들은 아르미니안주의를 민감할 정도로 반대하고 공격했던 것이다. 그것은 곧 로마 가톨릭주의 요소가 개혁신학, 즉 청교도나 장로교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르미니안ㆍ로마 가톨릭주의를 극복해야 진정한 종교개혁 가능해

한국교회의 신학을 단적으로 말하라면 아르미니안주의라 말하고 싶다. 또한 이단으로 정죄 받은 세미 펠라기안주의나 아니면 로마 가톨릭주의라 말하고 싶다. 현재 우리의 정체성은 종교개혁을 무색케 하거나 아니면 무효화시키려는 로마 가톨릭주의이다. 로마 가톨릭주의는 곧 중세시대의 부패와 타락을 낳는 온상이 되었는데, 한국교회가 그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곧 로마 가톨릭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개혁 49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본래 의미인 ‘(신적)독력설’(monergism)로 돌아갈 것을 나는 촉구한다. 이 말은 3 솔라즈(solas)와 같은 말이다. ‘오직 은혜로’(sola gratia),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그리고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이다. 이것이 올바르게 이뤄지면 자발적 실천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것을 위해 종교개혁자들은 눈물, 땀, 그리고 피를 흘리며 희생하고 순교했던 것이다. 본연의 모습으로….

 

[시론] 종교개혁 후예들이 아르미니안 또는 로마 가톨릭?- 데일리굿뉴스 (goodnews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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