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무기력 치유하면 감사와 소망의 삶으로 변화합니다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서, 만사가 귀찮아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것이 탈진의 시작이다. 영적 무기력은 이런 탈진과 함께 찾아온다.
영적 무기력에 빠지면 마치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그 무엇도 다 싫어지고, 모든 걸 중단하고 싶어진다. 신앙의 열정이 식은 것도 아니고, 마음에 상처가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삶의 의미도 목적도 사라지고, 삶의 의욕마저 상실되는 것이 영적 무기력의 증상이다.
날씨가 그런 것처럼 인간의 감정도 기복을 겪기 마련이다. 항상 기분이 좋거나 평안할 수 없고, 우울한 날이나 무기력한 날도 생긴다. 어떤 사람도 실패나 좌절에서 면제되는 예외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상실할 때, 기대가 무너지거나 소망이 깨어질 때 우울과 무기력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영적 무기력 증상이란 무엇인가
영적 무기력 증상은 일상적인 삶의 균형이 깨뜨려진 감정의 다운상태에서 나온다. 이로 인한 영적 의욕 상실은 미래를 향한 전진과 성공을 방해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다.
첫째, 일상적인 리듬을 깨뜨려 버린다.
영적 무기력은 잠을 못 들게 하고, 특히 밤늦게까지 깨어 있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 다시 하루를 보낼 일을 걱정하게 하며 새벽예배 가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또는 반대로 과도하게 잠을 오래 자도록 만들거나 쓸 데 없는 공상에 빠지게 해, 별 유익이 없는 염려와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든다.
둘째, 육체적 조화가 무너진다.
상실감 패배의식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해 매일 매일의 행복감과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입맛이 없어지면서 소화도 잘 안 되고, 만사가 재미없게 느껴져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지친다.
셋째,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죄책감이 자주 들고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여긴다.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 대부분은 호로몬 이상이라도 생긴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괜히 눈물이 난다. 여태 잘 해왔던 신앙생활까지 공연히 허무하게 느껴진다. 절망적인 느낌과 염세적 사고가 마음을 지배한다.
넷째, 사역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피하려는 마음이 든다.
모든 일에 시큰둥해지고 각종 모임에도 소홀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시키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일에 집중이 잘 안되면서 만사가 귀찮아 진다. 즐거워하던 일들에까지 의욕과 흥미가 사라진다.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신앙에서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나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생겨난다.
●영적 무기력의 원인들
첫째, 죄와 죄책감으로 인해 영적 무기력에 빠진다.
1)가인의 사례
창세기 4장에는 가인이 동생 아벨을 들에서 쳐 죽이는 사건이 묘사되어 있다. 하나님이 자신의 제물을 열납하지 않으시자, 이에 대해 가인이 그릇된 반응으로 저지른 죄가 살인이었다. 이때 하나님께서 가인을 향하여 “네 아우 아벨이 어디있느냐?”고 물으시자 가인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한다.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4:12) 죄로 인해 심각한 영적 무기력에 빠진 가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다윗의 사례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후 양심에 찔림을 느끼는 영적 무기력에 빠진다. 양심에 문제가 벌어지자 다윗은 영혼이 무너지고, 결국 절망하고 만다. 이때 바울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자신의 나약함을 하나님께 간절하게 아뢰는 다음의 기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여호와여 주의 노하심으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고 주의 분노하심으로 나를 징계하지 마소서. 주의 화살이 나를 찌르고 주의 손이 나를 심히 누르시나이다. 주의 진노로 말미암아 내 살에 성한 곳이 없사오며 나의 죄로 말미암아 내 뼈에 평안함이 없나이다. 내 죄악이 내 머리에 넘쳐서 무거운 짐 같으니 내가 감당할 수 없나이다”(시편 38:1~4)
죄와 죄책감으로 인한 영적 무기력은 영혼을 짓누른다. 정신적 고통과 영적인 붕괴를 겪으며, 영혼은 깊이 침식한다.
둘째, 맡겨진 일이 너무 무겁고 짐이 될 때 영적 무기력을 경험한다.
셋째, 영적 승리 직후에도 영적 무기력이 찾아올 수 있다.
엘리야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엘리야는 이스라엘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을 가능하게 한 사람이다. 하나님께 그를 그릿 시냇가에 숨기시고, 까마귀를 통해서 아침과 저녁에 떡과 고기를 먹이시는 특별한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 이뿐 아니라 사렙다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려낸 능력의 종이요, 3년 가뭄 끝에 비를 내리게 한 기도의 사람이다. 어디 그뿐인가? 갈멜산에서의 영적 대결 후 바알의 선지자 450명을 쳐 죽인 승리의 사람이다. 이런 그가 심각한 영적 무기력에 빠진 것은 바로 영적 승리의 직후였다. 우리가 자만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넷째, 환경의 변화가 영적 무기력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마태복음 11장 2~3절에는 예수님을 증거하고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풀던 세례 요한이 헤롯을 비판하다가 옥에 갇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세례 요한은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라고 묻는다. 예수님을 그토록 강력하게 증거하고 외쳤던 세례 요한에게 이런 반응이 나타난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세례 요한을 영적으로 무디게 만들고, 무기력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깨어진 인간관계도 영적 무기력의 원인이 된다.
인간관계를 잘 맺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인간관계에 관한 문제로 감정이 지나치게 소모되거나, 고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적 무기력에 빠진 이들의 돌봄
목회자는 영적 무기력에 빠진 성도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까? 대화나 격려를 통한 직간접적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깊은 영적 상담을 통해서 위로, 소망, 격려를 전하며, 믿음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성경적인 상담심리학자 로렌스 크랩의 기법이 도움이 된다. 목회자가 영적 무기력에 빠진 성도들에게 확신을 불어넣어야 할 내용들을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을 확실하게 믿고 신뢰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다. 소망을 사람에게 두면 낙심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소망을 온전히 하나님께 두고 그분을 찾으면 우리는 영적 무기력에서 벗어 날수가 있다.(시 42;1~5, 잠 3:5~6)
둘째, 죄의 문제가 있다면,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며 인도함을 받아야 한다.
회개는 영적 자유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죄를 용서받고 참된 행복을 찾을 때 영적 무기력에서 회복될 수 있다.(시 32:1, 3, 5, 10, 11)
셋째, 기도하도록 인도한다.
기도는 나의 문제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영적 작업이다. 그러므로 조급한 마음으로 기도하지 말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절망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적 성숙과 성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넷째, 휴식을 취하도록 인도한다.
부족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성경 속에서 영적 무기력에 빠진 엘리야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살펴보면, 일단 엘리야를 한껏 마시우고 먹이시며 재우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모든 일에 끝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비 오는 날만 계속되는 일은 없듯이, 절망이 새 아침을 여는 소망의 문이 되기도 한다. 요나의 경우가 그렇고, 엘리야의 경우도 그렇다.
여섯째, 상황을 즐기는 기술을 터득하도록 인도한다.
어차피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그 상황을 즐기는 게 낫다. 절망마저도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일 수 있기에 언제나 상황을 인정하며, 인생의 모든 부분을 음미해보도록 한다.(고후 4:8~9)
일곱째, 의도적으로 지속해서 믿음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한다.
긍정적 언어는 절망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심은 대로 거둔다.(요 6:63)
여덟째, 주어진 상황에서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게 한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최선을 다한 후 그 열매를 확인하면서, 상황을 넘는 감사를 하나님께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아홉째, 소망과 희망의 불씨에 정열의 기름을 부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신 복과 은혜를 세어보자. 소망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그 불씨를 계속 지키며 열정을 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째, 다른 사람을 섬기고 봉사하는 일에 헌신하도록 한다.
계속 사명에 헌신하다보면 나보다 더 아픔을 겪는 사람도 만난다. 그들에게 다가가 안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스로 영적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나가는 말
영적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은 넓게 보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서 하나님은 우리를 더 성숙한 자리로 나아가게 하시기 때문이다. 잠시 영적 무기력에 빠졌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는 안목과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하나님의 만져주심과 베푸시는 치유의 결과로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이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진짜 행복을 찾고 싶다(전 2:1~26) (0) | 2021.12.21 |
---|---|
행복이 나 하기 나름이라는 믿음이 흔들릴 때(전 1:1~18) (0) | 2021.12.21 |
순교자! 듣기는 좋지만, 자녀들은 몸서리나는 단어 (0) | 2021.12.02 |
일과 성취 (0) | 2021.12.01 |
우리는 누구를 표준하고 사는가? (0) | 202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