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30년 전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가 생각난다. 비교적 오랜 세월 성경과 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왔다고 자부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생겨났다. 그 중에 성도들의 각 가정 대문이나 아파트 출입문 키높이 중앙에 붙여놓아아야 할 교회 이름 표지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 지가 큰 숙제였다. 한참 기도한 끝에 ‘가정은 작은 교회, 교회는 큰 가정’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내 반세기 목회 여정을 돌아볼 때 이 표어는 내 가정, 내 교회에서 조차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탄식의 무거운 기도를 드리며 지금도 혹독하게 씨름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가정다운 가정, 교회다운 교회를 세우는 일은 어쩌면 평생 과업일지도 모른다. 아니 백년 천년을 살아도 영구히 이루지 못할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경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의 진리와 논리로 그 문제들을 풀면 답이 나온다. 복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들에 있어서 크게 잘못된 것들 중 하나는 교회의 막대한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구원에는 관심을 쏟지 않고 단지 개인 구원만을 선포해왔다. 우리의 메시지는 새로운 사회(A New Society)에 대한 복음이라기보다는 새 생명(New Life)에 대한 복음으로 경도된 경향이 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민족 및 세계를 복음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가 되어야 하고 또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여야 한다.
어느 날 바리새인들이 이혼의 적법성에 대해 예수님의 율법적 판결을 원했다(막 10:4~12). 이것이 예수님의 율법 지식을 시험하는 것이든,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려 헤롯 안디바의 분노를 촉발하려는 것이든 예수님은 그들에게 놀아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이혼에 대한 합법적 ‘근거’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대신 더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게 하셨다. 바로 가정의 초석이 되는 결혼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이혼으로 이끄는 인간 마음의 완악함이었다.
결혼은 하나님, 남편, 아내 간의 신성한 언약이며, 그로써 남자와 여자는 평생에 걸쳐 한 몸 되는 연합-서로 사랑하고, 상대방의 유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화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위한-에 헌신한다. 그들의 관계는 하나님의 본성을 반영한다. 그 하나님은 모든 것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주시며, 그분의 고집 센 자녀와 화목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시는 분이다. 이혼은 양쪽이 다 상대방의 최선을 추구하기로 헌신하는 상황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어야 한다.
결혼은 남편과 아내 간의 평생에 걸친 한 몸의 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은 언제나 하나님의 완전한 뜻 바깥에 있다. 예수님은 이혼이 일어나는 것은 인정하시지만(구약 율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 그것은 언제나 인간의 타락함으로 인해 묵인하고 양보하신 것일 뿐이다. 결혼하기로 한 결정과 그 결과로 인한 실패에서 자신이 한 역할을 인정하고 평가하기를 거부하고, 곧 새로운 결혼에 돌입하는 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동시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갚지 않으신 죄는 없으며 하나님의 성령이 궁극적으로 치유하지 못하는 감정적 손상은 없다.
이혼 후에 재혼이 절대 선택권이 아니라고(혹은 ‘근거’가 확립된 경우에만 선택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깨어진 사람들에게 새롭게 함과 회복을 가져오는 복음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인 듯하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고 만물을 충만케 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엡 1:22~23; 계 21:5) 교회 지도자들은 결혼의 참된 의의, 이혼의 비극, 그리고 복음의 구속적 능력을 강력하게 단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교회는 결혼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더 큰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혼 전 상담이나 결혼예비학교를 하는 것, 건강한 결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세미나와 강좌들을 개설하는 것, 하나님 중심적이고 자기희생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법에 대해 정기적으로 설교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이혼의 비극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이혼 회복 모임 및 강좌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애초에 이혼을 예방하는 일과 이혼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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