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기독교인들이 살아가지만 하늘나라의 시민권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중국적으로 하늘의 시민권과 지상의 시민권입니다.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두 국가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적을 가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중국적이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하늘의 시민권이 지상의 시민권보다 우월할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하늘의 시민권은 지상의 시민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410년 서로마제국은 야만족들 중 서고트족에 의해 몰락합니다. 화려하고 멋있던 로마제국이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들다가 결국 야만족들에게 덜미를 털썩 물리고 만 것입니다. 넓은 제국의 영역을 혼자 지탱하지 못하자 근방에 살던 야만족에게 기대기 시작했습니다. 2세기 말이 지나면서 로마제국은 점차적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쇠퇴의 원인을 황제들은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원인은 로마제국 내에 박테리아처럼 퍼져나가던 기독교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무런 혐의가 없지만 그들을 끔찍한 고문과 박해를 시작했습니다.
4세기 초에 이르면 기독교인들에 대한 핍박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로마제국은 내적으로 썩어질 대로 썩어져갔습니다. 자신들의 갱생이 없이 원인을 타인들에게 돌렸던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면 할수록 기독교를 더 심하게 핍박했습니다. 재난이 일어나면 기독교인들에게 떠맡겼습니다.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독교인들을 추방시키고 죽이고 어떤 공직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313년 기독교만 여러 종교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주는 ‘밀라노 칙령’이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발표되면서 마침내 기독교는 신앙의 자유를 얻게 이릅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쇠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현재는 이스탄불)로 옮깁니다. 남아 있던 로마도시를 중심한 서로마제국은 밀려들어오는 야만족들의 침략을 막을 힘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에 의해 몰락을 당하게 됩니다. 이것을 가리켜 로마제국의 최후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자랑하던 대표적 국가인 로마제국의 멸망을 보고 여러 사람들은 기독교로 인해 로마제국이 무력하게 되었고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핑계와 원망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어거스틴(Augustine, 430년 사망)은 책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도시』(City of God)라는 책을 통해 어거스틴은 로마제국의 멸망은 스스로의 범죄로 인한 것이지 기독교 때문이 아님을 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변증했습니다. 그의 불후의 명작입니다. 이 책 안에서 어거스틴은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원흉으로 보는 것에 대한 답변을 수행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시민권을 ― 하늘의 시민권과 지상의 시민권을 ―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갈등 가운데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갈등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분은 초대교회의 교부였던 어거스틴(430년 사망)였고 특별히 그가 쓴 『하나님의 도시』(City of God)에서 그 답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불운한 일이 생기면 또 재해가 발생하면 기독교인들 때문이라 로마인들은 불평과 원망을 틀어놓았습니다. 그것이 극에 달하여 국가에서 추방시키고, 재산을 몰수하고, 공직에서 내어 쫓고, 심지어 사형까지 시켰는데 극형으로 산채로 화형을 시키곤 했습니다. 특별히 410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그들의 원망은 극에 달했습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시』에서 그 답변을 시도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도시가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의 도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지상의 도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존하고 있지만 결코 섞이지 않은 채로 있습니다. 기름과 물이 결코 섞이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을 증오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지상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증오하면서 지상을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서로가 가진 사랑이 있지만 그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지상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사랑입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갑니다. 가끔 타인을 위해 살아간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지 전적으로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항상 그들은 핍박합니다. 자신들과 다르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회유책을 사용하여 돌이킬 가능성이 없으면 폭력과 핍박을 가합니다.
이와는 달리 하나님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이 길이 비록 사뭇 다르고 힘들게 하더라도 후회 없는 길이고 진리의 길이기에 좁은 길을 여전히 걸어갑니다. 하나님의 도시는 지상에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하늘나라에서 완성됩니다. 이들은 늘 종말론적 삶을 영위합니다. 모든 판단 역시 하나님에게 의존합니다. 그분이 모든 판단의 준거기준(criteria)입니다. 그 기준으로 삶의 지표를 삼습니다.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삼습니다. 변하지 않고 영원한 그분의 지침을 따릅니다. 가시적인 것에 마음을 빼기지 않고 불가시적인 것에 마음을 둡니다.
언젠가 지상의 도시는 사라지지만 하나님의 도시는 영원합니다. 전자는 일시적이지만 후자는 불변합니다. 전자는 후회스럽지만 후자는 평강을 항상 누립니다.